요즘 강남역 살인자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 건 좀 위안이 되는구먼.
'여자들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게 왜 잘못이냐?' 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거 물어보지 않더라도 '여자들이 실제로 위험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이런 측면에서만 생각을 해 봤어.
여자들이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왜 조심해야 해! 조심 안 할거야!' 하고는 조금 달라.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도 우리가 남자들보다는 위험한 거 아는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한데 조심하라고 말하지는 말아 줘.' 야.
왜?
왜냐면 여자들에게 이런 이런 일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
'예로 든 사례의 피해자는 조심하지 않아서 피해자가 된 부분도 있다.' 가 되어 버리는 게 싫은 거야.
즉, '걔도 좀 더 조심했으면 살지 않았을까?'로 해석되는 거야.
이게 어떠한 심리적 박탈감을 주느냐 생각해달라는거지...
왜냐면 여자들은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조심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보고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으면 그냥 닥치고 있으라는 말은...
제발 (그게 의도됐든 아니든) 책임을 여자 쪽으로 일부 전가시키지 말라는 거야...
일방적으로 계획해서 일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100% 책임져야지.
그러니까 우리(남자)는 그냥 조심하라고 걱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간과하고 있는 거야.
막말로 남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떻게 조심해 라고 말하는 건 아니잖아.
'에휴... 조심해야지 뭐...'
이렇게 말하고 끝난다고.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래서 이렇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건 괜찮냐? 그것도 절대 안되지.
뭐 여자가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남성->여성으로 이루어지는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거야.
그건 반박하기 어려워 근데 설령 그런 일이 있더라도, 그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늘려 나가야 하는거고,
그렇게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서 남자들은 아무리 걱정이 돼도
'조심조심 다녀'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차라리 아무 말 없이 경보기나 스프레이 건 같은 걸 챙겨주는 게 낫지.
요점은 '그냥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사안에 대해서 '조심해'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 감정적 박탈을 준다고.
의도와 배경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냥 그 '조심해'라는 말이 이 상황을 규정지어버린다고.
여자들이 바라는 게 뭐겠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다녀도 아무 위협이 없는 거'잖아.
그러면 하고 싶은 걸 하게 내버려 둬야 하는데
이 '조심해' 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막는 거라고.
지금도 충분히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있는데.
왜?
남자들이 생각하기에 여자들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다니면 그들에게 위협이 존재하니까.
그러면 우리는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다니게 막는 게 아니라 위협을 줄이는 게 맞는 거고,
사회적, 제도적으로 이런 위협이 감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러니까 '남자들이면 그냥 닥치고 있으라'가 나오는 거고...
주변에 이런 걸로 걱정되는 여성분들 있으면 그냥 '일찍와라' '술마시지 마라' 이렇게 행동을 제약하지 말고,
알아서 전화도 걸어 주고, 택시 잘 탔니, 기사님이 이상한 소리 하지는 않니, 데리러 갈까?
그냥 이정도면 돼. 이것도 사실 조금 과해.
그런데 이걸 남자들은
'아니 실제로 여자가 더 위험해서 그러는 건데 나한테 왜 지랄이야?'
이렇게 생각한다고...
'실제로 여자가 더 위험해서' 가 문제가 아니고
'(여자한테 조심하라고)그러는 거' 가 문제니까
'나한테 지랄' 을 하는 거라는 걸 몰라.
몇 번이고 말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하면 돼.
'여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조심을 안 하고 있을까? 결정적으로 여자들이 조심한다고 안 위험할까?'
개발공에는 그런 사람 많지 않겠지만 속으로 생각하기에 걱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사람이 있을까봐 내 생각을 써봣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