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부가 늦어진 점.......사과 드립니다 나머지 내용들도 조속히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ㅠㅠ
2. 안양의 3백 전술 집중 분석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안양의 3백 포메이션이었다. 올해 열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3백 포메이션이 재조명되었다. 3백 전술은 구시대의 유물이라 평가 받았지만, 수비를 우선 견고히 하고 역습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데 안성맞춤인 전술이라 단기전 성격의 월드컵에서 그 빛을 발했다. 그 결과 코스타리카는 최초 8강 진출, 네덜란드는 3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3백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상황에 따라 4백, 5백으로의 전환하는 유연성, 정확한 역습을 적중시킬 수 있는 공격진의 구성이 필수 조건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안양이 처음 3백 포메이션을 선보인 것은 7월 21일 19라운드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였다. 작년 5월 5일 상주 원정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을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올해의 3백 포메이션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단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우선 3백에서 중요한 안양의 수비진을 살펴보자. 가솔현, 김태봉, 김효준, 변성환, 이으뜸, 정수호 등 기존 선수진에 구대영, 박민, 백동규 등이 가담하여 꾸려졌다. 이 중 출전 경기 수로 꼽아보자면 가솔현(26경기), 김태봉(35경기), 박민(23경기), 백동규(23경기), 이으뜸(31경기)이 주전으로 출장하였다. 즉, 안양의 3백 포메이션은 백동규 – 박민 – 가솔현 조합에 이으뜸과 김태봉을 좌우 윙백로 배치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안양이 3백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을 때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안양은 기본적으로 3-5-2 포메이션 형태를 선보였다. 3백에선 박민이 정중앙에 위치하고, 가솔현과 백동규가 좌우로 번갈아 서는 것이 주된 배치였다. 경험 있는 박민이 3백을 지휘하고, 가솔현과 백동규가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는 원리를 바탕으로 3백이 진행되었다. 제공권 싸움 시 가솔현과 박민이 역할을 수행하며 제공권이 안양 수비의 강점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백동규는 둘에 비해 제공권 싸움 빈도가 적었지만, 커버링이나 상대 돌파 저지 등의 역할을 맡아주며 균형을 맞춰주었다.
그리고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중요했다. 안양은 정삼각형 편대를 구성, 두 명의 미드필더가 수비진 앞에 서고 한 명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 구성이었다. 흔히 역습을 중시하는 3-5-2 포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배치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 더블 볼란테 – 가 수비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투톱과 함께 역습을 이끌어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안양 역시 3백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역습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양만의 특징이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최진수가 아닌 정재용을 배치한 것이었다. 7월 21일 강원 전에선 최진수가 전반전 동안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 당시의 김재웅과 정대선 투톱과 함께 대형을 이루었다. 따라서 위의 사진과 같이 최진수가 위, 김종성과 정재용이 수비진 바로 앞에 위치하였다.
하지만 후반전에 들어서는 정재용을 최진수 위치에 두고, 최진수를 김종성과 함께 수비진 앞에 서게 두었다.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정재용의 2득점을 만들어냈고, 이후에도 안양의 3백 포메이션에서 정재용은 항상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였고, 이것이 안양의 미드필더 구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배치는 3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공격진의 제공권 확보이다. 우선 올해 안양의 장신 공격수, 소위 ‘타겟 맨’들이 부진하였다. 남궁도는 컨디션 조절로 인해 시즌 후반부터 출장했고, 주로 출전한 펠리피는 연계에선 좋았지만,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득점 마무리가 좋지 못 했다.
따라서 안양은 공격진을 발 빠른 선수들로 구성하게 되었고, 그만큼 제공권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측면 공격을 중시하는 안양의 입장에선 공격에서의 제공권 확보는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188cm의 장신이며 공중볼 싸움도 어느 정도 해주는 정재용을 기용한 것이다. 평소 최진수와 더블 볼란테를 형성해 수비에 치중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공격력도 갖추고 있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두각을 보이는, 소위 말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box to box midfileder) 성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공격에 적극 가담하면서 제공권까지 확보하는데 있어 정재용이 제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수비 시엔 정재용을 수비 가담시키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중원 장악이었다. 이 점 역시 정재용과 연관이 있다. 과거 3-5-2 포메이션에서 투톱과 공격형 미드필더는 수비 가담 없이 최전방에서 역습 대기하였다. 그러나 그만큼 수비에서 유연히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협력 수비로 ‘블록’을 구성하는 안양인 만큼 상대의 공격을 유연하게 막기 힘들었다. 7명이 자리 잡은 채로 지역 방어만 할 경우, 상대 포지션 체인지 등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재용은 공격에만 전념하지 않고, 자주 중원으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였다. 김종성과 최진수가 수비진 앞에 자리 잡고, 정재용이 여기에 가담해 상대의 중앙 공격을 봉쇄하는 식이었다. 중앙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여, 중앙 공격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여기에 상대 공격에 따라 투 톱 중 한 명 – 주로 김재웅 - 까지 중원으로 가담케 하였다. 최대 둘까지 가담한 덕에 좀 더 유연하게 중원 장악을 할 수 있었고, 상대는 중앙 공격을 포기하고 측면 공격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이유는 빌드업 때문이었다. 앞서 서술했듯이, 안양의 양날의 검은 빌드업에서의 최진수의 큰 비중이다. 특히나 선수비 후역습으로 가는 3백 포메이션에서는 최전방을 향한 정확한 롱패스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진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갈 경우 상대 압박으로 인해 롱패스를 날려주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최진수 외에 정확한 롱패스를 날려줄 선수가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따라서 작년보다 수비력이 나아진 최진수를 김종성과 함께 더블 볼란테로 묶어 수비 임무를 주고, 역습 시 재빠르게 롱패스를 날리도록 하였다. 최진수로썬 상대 압박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고, 올해 김종성과 자주 호흡을 맞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이렇듯 정재용의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은 여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였고, 굳건한 수비력에도 바탕이 되었다. 실제로 안양이 3백을 들고 나올 시 상대는 정재용까지 가담하는 중앙을 뚫지 못 하고, 측면을 노린 뒤 크로스를 올리는 등의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리고 김태봉과 이으뜸 역시 위협적인 공격 가담을 선보이며 공격진을 지원해주었다. 둘이 공격 가담을 한다 해도, 가솔현과 백동규가 빠르게 빈 측면을 커버해주었다. 더불어 김종성이 계속 3백과 함께하며, 이 둘의 커버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안양이 3백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뒤 무실점이 없었다. 7월 21일부터 9월 28일 광주 원정 8경기 동안 무실점이 없었다. (22R 부천, 24R 고양은 4백으로 시작해서 제외. 이 중 22R에서는 후반에 3백으로 전환) 오히려 3번의 무득점 경기를 기록했고, 결국 공격을 위해 후반전 선수 교체로 4백 포메이션으로 변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안양의 3백 포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비슷한 사례로 현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잠깐 살펴보겠다. 이번 14/15 시즌 맨유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월드컵 3위로 이끈 루이 반 할 감독의 지휘 아래 안양과 비슷한 3-5-2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맨유는 3백 포메이션 전환에 실패했고, 초반에 심한 부진을 겪어야 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 큰 문제로 꼽혔다. 위 사진은 이번 시즌 스완지 시티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두 번째 실점 장면이다. 맨유 수비수들의 위치를 보면 모두 일렬로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스완지의 시구드르손을 아무도 마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구드르손이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하며 결승 역전골을 넣게 되었다. 이처럼 수비수를 많이 둔다 해도 위치 선정을 못 한다면, 즉 공간을 효율적으로 점령하지 못 한다면 도리어 실점을 내주기 쉽다는 것이다.
안양의 3백 역시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안양의 3백 구성원은 주로 가솔현, 박민, 백동규였다. 가솔현은 장신을 활용한 압도적인 제공권에 올해 발 밑 수비를 더했고, 백동규는 신인이지만 멀티 플레이어 성향을 가지고 있어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리고 박민은 신체 조건에서 다소 밀릴 수 있지만, 09년에 데뷔한 6년차 수비수로 둘이 가지지 못 한 경험과 좋은 제공권을 갖추고 있다. 어린 선수와 경험 있는 선수, 그리고 제공권과 발 밑 수비를 모두 균형을 갖춘 수비수인지라 좋은 조합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 경기에서도 3백은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공중볼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준수한 발 밑 수비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미리 차단하거나, 앞을 가로 막으며 슈팅을 방해해 슈팅 타이밍을 뺏기도 하였다. 가솔현과 백동규의 빠른 성장, 박민의 경험까지 어우러진 수비벽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위치 선정이었다. 공이 페널티 박스 안이나 아크 쪽으로 들어왔을 때, 안양의 실점이 가장 많았다. 실점 장면들을 보면 수비수들이 상대 선수에게 공간을 허용한 장면이 많았는데, 맨유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비수들이 일렬로 배치되는, 위치 선정 실수로 기회를 내준 것이었다.
이는 안양의 반복되는 실점 패턴으로 이어졌다. 안양 실점 대부분은 페널티 박스 정면 혹은 아크 정면에서 이루어졌다. 바로 일렬로 선 3백이 내주는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선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요구되지만, 그러지 못 할 경우 수비수들이 직접 뛰쳐나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수비수들이 계속 일렬로 서있다 보니 상대에게 빈 공간을 내주고,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어서 보자면, 미드필더들의 보호 없이 수비만이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의 실점이 많았다. 실점 장면 대부분이 상대 역습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이에 근거한다. 미드필더들과 함께 ‘박스’를 형성하여 지역 방어를 할 경우 상대 공격 차단이 수월하였고, 이는 안양 수비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수비수들이 공격수들을 단독으로 막아야할 경우, 순간적인 판단과 위치 선정, 경험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부분이 안양 수비의 약점이었다.
결국 시즌 후반 안양은 다시 4-4-2 포메이션으로 복귀하였다. 그만큼 시즌 도중 3백과 4백을 혼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불어 중앙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 중요한 만큼, 이 점에서 안양이 고전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안양은 3백 포메이션이란 새로운 카드패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순히 단언하기는 힘들다.
근데 장신공격수... 모든 팀들이 필요한 자원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