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밀집 수비에 약했던 안양의 공격 진단
이번 시즌 안양은 49득점을 올렸으며 이는 K리그 챌린지 득점 5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안양 공격에 대해 감히 냉정하게 평가를 내려 보자면 ‘괜찮다’고 하기엔 물음표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기록을 살펴보자면, 안양이 거둔 15승 중 1점차 승리가 8승, 2점차 승리가 5승, 3점차 승리가 2승이었다. 반대로 1점차 패배는 7패, 2점차는 5패, 3점차는 2패, 4점차는 1패였다. 즉, 안양의 승패는 1점차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더불어 안양이 다득점을 터뜨리는 경기가 적었다. 특히나 2014년 K리그 챌린지 팀들 간의 승점 차가 매우 좁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1점차 승부를 뒤집는 힘이 안양의 4강 PO 진입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안양은 총 36경기 중 16경기에서 선제 실점을 허용했는데, 역전승을 거둔 건 1경기, 무승부로 극복한 건 3경기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선제 실점을 허용한 팀이 공격에 치중하는 걸 감안하면, 그에 비해 안양의 득점력이 낮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리고 2014년 K리그 챌린지는 선제 득점을 한 팀이 수비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짙었다. 따라서 2014년의 안양은 결국 상대 수비를 뚫어내지 못 해 결정적인 1점차 승부를 뒤집지 못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안양의 공격력이 강하지 못 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안양의 공격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까지 살펴보겠다. 우선 공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고정적인 득점원, 즉 필드 골(field goal)을 넣어줄 스코어러(scorer)의 부재였다.
안양 최다 득점자를 보자면 8득점의 박성진, 7득점의 김재웅(FA컵 1득점은 미포함), 6득점의 정재용, 5득점의 최진수, 4득점의 조성준이었다. 여기서 투톱 구성원이었던 공격수들은 김재웅과 박성진, 펠리피였는데, 그나마 김재웅은 PK 득점과 세트 피스 상황 득점도 있었다. 3득점의 펠리피도 1득점은 PK였고, 투톱으로 간혹 출전했던 정대선의 2득점 중 1득점도 PK였다. 최다 득점자인 박성진은 8득점 모두 필드 골로만 올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공격수들의 필드 골 비율이 적었다는 것이다. 대신 정재용, 조성준, 최진수 등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이 높은 편이었다.
결국 안양에서 필드골을 만들어 내줄 수 있는 주요 득점원이 박성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곧 안양을 상대하는 팀들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지 못 했다는 점과 연관된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장신 공격수 활용이다. 대개 장신 공격수들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장신을 이용한 헤더 슈팅이나 포스트 플레이 등으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도 대개 장신 공격수들이 스코어러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펠리피는 찾아오는 득점 기회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 했고,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베테랑 남궁도는 시즌 후반에야 출전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못 했다. 간혹 백동규가 공격수로 교체 출전했으나, FA컵 성균관대 전 득점 외엔 공격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 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후반 교체 출전이라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고, 백동규는 3백 포메이션 전환과 맞물려 공격수로 더 이상 출전하지 않았다.
더불어 안양의 측면 크로스에 이은 득점도 낮은 크로스 정확도와 연관된다. 좌우 윙어들과 좌우 풀백들까지 자주 크로스를 올렸지만, 득점으로 연결된 것은 몇 되지 못 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빗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은 그 적은 기회도 득점으로 만들어줄 장신 공격수들의 부진도 큰 문제였다.
따라서 2014 시즌 내내 안양 공격이 안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장신 공격수들의 침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돌파나 패싱 플레이를 통해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재빠른 돌파와 정확한 패스로 상대 수비 대형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실제로 안양은 박성진 – 김재웅 투톱을 중심으로 정대선, 조성준, 주현재를 투톱 공격수로 기용하였다. ‘높이’가 통하지 않는다면 ‘속도’로 제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안양은 상대 페널티 박스까지 주로 측면을 통해 도달하였다. 여러 차례 서술했듯이 박성진의 측면 가담, 최진수의 측면을 향한 롱패스들, 김태봉과 이으뜸의 오버래핑 등까지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에 다다르면 패싱 플레이나 개인 돌파를 통해 페널티 박스를 공략해나갔다.
다만 이 페너트레이션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장신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 한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그리고 주로 박성진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를 자주 시도해도, 그만큼 슈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었다. 돌파해 들어오는 선수 주변으로 지원이 부족하였고, 결정적인 찬스 메이킹으로 이어지기가 힘들었다. 주변 선수들의 상대 수비를 허무는 움직임이 부족했다는 점과 연관시킬 수 있다. (이는 장신 공격수들이 소위 ‘수비를 달고 다닌다’라는 개념과도 연관된다) 또한 측면에 선수들이 집중되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위치하는 공격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문제와도 이어졌다.
즉, 아무리 측면에서 열심히 중앙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자리 잡은 수비들을 끌어낼 동료들의 움직임, 패스를 받아줄 선수들의 움직임 부족으로 밀집 수비를 허물지 못 했다는 것이다. 또한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돌파 역할을 박성진이 전담하다시피 하니, 상대로서는 박성진만 막으면 되는 단조로움도 문제였다.
여기에 더해서 중앙에서의 페너트레이션 시도 또한 미비했다. 중앙으로 공이 전달되어도, 중거리 슛이나 침투 패스로 이어지기보다는 다시 측면으로 공이 이어지는 장면이 많았다.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공간을 창출하여도, 이것을 득점 기회로 만들어내지 못 하였다. 이 역시 측면으로 몰리는 공격진과 스코어러의 부재로 인해 중앙에서 페너트레이션을 펼치기 어려웠다는 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안양이 선취점을 내준 뒤 상대의 밀집 수비를 공략하는 경기들을 살펴보면, 페널티 박스까지 전진하여도 그 안으로 공을 넣는 장면보단 밖에서 계속 공을 돌리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양이 주로 득점을 올린 상황은 상대가 수비 대형을 갖추지 못 한 역습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항상 위의 공격 패턴이 막히지만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자리 잡고 수비를 한다 해도, 지역 방어에서 대인 방어로 전환하는 순간 안양 공격진이 우세를 점할 시 두드러졌다. 세트 피스 상황 득점도 적은 편이었지만 적시적소에 득점을 올리기도 하였다. 다만 여기서 그 이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안양은 그 이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의 변칙적인 전술 카드를 꺼내든다. 바로 정재용의 활용이었다. 지난 리뷰에서 서술했듯 3백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바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4백으로 회귀하였을 때, 정재용은 본래 자신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윙어로 출전하였다.
하지만 정재용은 일반적인 윙어와는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공격 시 측면 돌파보다, 페널티 박스에 침투해있는 움직임을 더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수비 시엔 왼쪽 윙어로 다시 위치하여, ‘블록’을 형성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재용의 배치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반대편인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이 전개되거나 자신이 있는 왼쪽으로 공격이 전개되는 모든 상황에서 정재용은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였다. 왼쪽에서 공격이 전개될 땐 박성진 등이 측면으로 가담하니, 부담 없이 침투할 수 있었다.
페널티 박스로 침투한 뒤 정재용은 타겟 맨처럼 활약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장신을 활용한 헤더 슈팅이나, 재치를 발휘한 슈팅 등으로 여러 차례 득점을 올렸다. 이러한 정재용의 존재는 상대 수비의 견제까지 이끌어내, 동료들에게도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
이처럼 정재용의 변칙적인 운용으로 안양은 타겟 맨이자 스코어러의 확보와 페너트레이션의 수월함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무엇보다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과 여기에 더해 정재용의 득점력까지 활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용은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앙헬 디 마리아(Angel Di Maria)가 카를로 안첼로티(Carlo Ancelotti)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에 있었을 시절 활약과 비교해볼 수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4-3-3 포메이션에서 역삼각형의 왼쪽으로 디 마리아를 배치하였고, 측면 미드필더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는 상대에 맞춰 포메이션을 자유로이 바꾸는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불어서 디 마리아의 측면에서의 움직임과 중앙에서의 찬스 메이킹을 모두 이끌어내었다. 이런 디 마리아의 활약을 두고 중앙과 측면에 걸쳐 활약하는 미드필더인 ‘하프윙’(half wing)이라고 불렀다.
정재용의 변칙 기용 역시 이러한 하프윙 범주에 들어간다는 다소 무리한(?) 해석까지 내놓을 수 있다. 다만 디 마리아가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 정재용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했으며 디 마리아는 미드필더 역할을, 정재용은 공격수 역할을 소화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리버스 하프윙’ (reverse half wing)이란 단어로 정재용의 기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용어는 없는 용어이며, 이전에도 정재용과 비슷한 역할을 한 선수들도 더러 존재했음을 밝혀둔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중앙과 측면, 최전방과 미드필더를 계속 뛰어다녀야 했기 때문에 체력 문제도 있었다. 그리고 본래 공격수가 아니다 보니 상대 수비를 헤집는 움직임까진 많이 보여주지 못 했다. 하지만 역시 상대를 뒤흔들 수 있는 변칙적인 전술적 카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안양의 공격진은 수비력에 비해 그 화력이 강하지 못 했다. 장신 공격수들로 대표되는 ‘스코어러’의 부재가 가장 컸으며 원활한 페너트레이션으로 이어가지 못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서 안양은 투톱과 2선 공격진의 활발한 연계로 이를 만회하고자 했지만, 과감히 페널티 박스로 공을 투입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고전을 면치 못 했다.
그래도 상대가 틈을 보이는 역습 상황이나,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허문 상황에선 득점을 뽑아내며 날카로움을 과시하였다. 그리고 부족한 득점은 세트 피스에서도 뽑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리버스 하프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재용의 기용으로 공격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전에 내가 올린 글(http://www.kfootball.org/3056883)에서도 드러나듯이, 전반적으로 선제골을 허용하고 기대할 수 있는 승점이 대략 0.5점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공격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좀 어려울 거 같아. 시간대별로 나눠서 어느 시간에 선제 실점이 많았는지, 그리고 그 경기의 점유율이 어땠는지를 같이 보면 방점을 공격에 둬야 할지, 아님 수비에 둬야 할지가 나올 거 같아.
내 생각엔 이른 시간의 선제 실점, 그리고 다실점 경기가 많다면 수비들의 집중력이 문제가 될거고, 늦은 시간의 선제 실점이 많으면서 점유율이 높다면 공격에 문제가 될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