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승점 삼 점 - 피드캣

by roadcat posted Oct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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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릉에서 본 일이다. 개클 감독 한명이 강릉시 축구협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삼 점짜리 승점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승점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협회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협회 담당자는 감독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키보드를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승점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협회 담당자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승점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승으로 만든 승점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담당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승점을 어디서 훔쳤어?"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승부조작해서 얻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승점을 조작합니까? 조작하면 루머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감독은 손을 내밀었다. 협회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승점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승점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강릉종합운동장 성화대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승점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승부조작해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강원 같은 팀에게 승점 삼점을 줍니까? 연승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승점 1점 주시는 분도 백에 한 팀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 하나 얻은 슈팅에서 몇 유효슈팅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유효슈팅 마흔 여덟 개를 득점 하나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승점 삼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승점을 얻느라고 석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승점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승점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승삼이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