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논문]포항빠의 아름다움에 대한 미학적 접근

by 흥실흥실 posted Sep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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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좋음'의 판단기준을 크게 두갈래로 나눈다.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beauty'는 독일어 'schon'과 같이 '좋음'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스-로마에서의 '좋음'과 기독교적 '좋음'이다.


1.1. 그리스/로마에서 '좋음'은 귀족적인 '좋음'이다. 귀족적인 좋음이란, 훌륭한 인물이 자신보다 뒤떨어지는 대상을 보고 자기자신의 '좋음'을 찾는 것이다. 반대로 기독교적 '좋음'은 '신'으로 대표되는 절대적 가치를 하나 상정해놓고, 그 속에서 '좋음'을 찾는다. 여기서 니체는 기독교적 좋음을 노예의 것이라고 지적한다.


1.2. 포항빠는 스스로 좋음을 발견한다. 포항은 늘 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창단 초기에는 스타군단을 내세우는 갈락티코 정책을 가장 먼저 선보인바 있으며, 수원과 같은 후발주자가 그런 정책을 취할 때 포항은 내일을 내다보고 유소년에 투자한다. 다른 팀이 외궈에 기댈 때, 포항은 박성호가 골을 넣는 기적을 발휘했다. 포항빠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밖에 없으며, 준수한 팀을 가지고도 역레발이나 치는 울산빠와는 다른 미적판단개념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못생겼다"라고 생각하는 원빈이 그 동네 제일가는 미남이라고 칭송받는 강원과도 분명히 구분된다.


1.3. 포항팬들이 가지고 있는 '좋음'은 그리스/로마적 아름다움이며, 이는 다른 팀 팬들과 엄격히 구분되는 것이다.


2. 이제 포항빠들의 아름다움을 조형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포항빠들의 아름다움은 포항빠들이 보여주는 그리스/로마적 아름다움에 부합하는 고전미를 가지고 있다.


2.1. 이 논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참고자료를 제시한다. 니콜라스 푸생의 <The Arcadian Sheperds>를 보자. 이 작품은 르네상스에서 발현된 고전주의적 조형미를 계승한 작품으로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images.jpg


2.2. 이 그림을 보면 맨 오른쪽에 서있는 여인은 배경의 나무와 맞물려 화면 오른쪽 3분의 1지점에 수직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 수직선의 꼭대기에서 비스듬히 사선을 그리며 왼편으로 내려가면 가장 왼쪽에 위치한 목동을 타고 내려온다. 우리는 이 모습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도라는 정삼각형 구도를 찾아볼 수 있다.


2.3. 그리고 화면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석관을 보자. 이 석관은 배경과 함께 가로 수평선을 이룬다. 그리고 석관이 만들어내는 수평선은 화면의 아랫단과 평행을 이룬다. 이 석관이 만드는 수평선은 여인이 만드는 수직선과 교차하며 화면에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2.4. 지금까지의 설명을 놓고 보아서 이해가 안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항의 유니폼이 가로줄무늬라는 점을 참고해보자. 유니폼의 가로줄무늬는 직립한 포항빠와 함께 기하학적 구성을 완성한다.


2.5.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면, 가로줄과 세로줄의 교차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20px-Mondrian_Composition_II_in_Red,_Blue,_and_Yellow.jpg


2.6. 혹자는 전북의 메뚜기월드 유니폼을 예로 들어서 전북빠도 미적이지 않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메뚜기월드 유니폼에는 고전적인 단순미가 부족하다.


2.7. 대부분의 팀들은 세로줄무늬 유니폼을 차용한다. GS가 대표적인데, 같은 검정 빨강의 배색임에도 불구하고 유니폼과 착용자가 모두 수직선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콕콕이들의 해체주의적 얼굴이 결합되어 미적완성도는 더욱 땅에 떨어지게 된다.


3. 위와 같은 논의를 토대로 살펴보았을 때, 포항빠는 고전주의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