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media.daum.net/column/lsi/view.html?gid=17142&newsid=20130926115000539
[임성일의 들숨날숨] 사커리즘과 내셔널리즘의 조화, ACL 봤니?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축구팬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 나왔습니다. 어제 GS와 에스테그랄의 ACL을 보셨나요? 우리팀을 응원하고 싶은 축구팬들도, 우리나라를 응원하고 싶은 축구팬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절묘한 상품! ACL을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축구팬들 사이에는 다소 소모적인 다툼이 있다. 물론 전부의 흐름은 아니지만 서로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경계의 선은 K리그를 중심으로 클럽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들과 '붉은 물결'로 대변되는 국가대항전을 선호하는 축구팬들 사이에 있다.
양쪽의 목소리는 이렇다. 전자들은 주말마다 열리는 K리그는 보지 않으면서 그저 분위기 때문에 'FC코리아'에 환호하는 이들은 내셔널리즘이 너무 강해 축구의 묘미를 모른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은, 축구를 마니아나 서포터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소수의 지나친 사커리즘이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들과 편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방해한다는 토로다. 서로의 입장, 모두 그럴 수 있다. 황희 정승의 너그러움이 아니라,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로 봐야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서로는 서로가 못마땅한 눈치다. 두 무리 똑같이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인데도.
두 부류 중에서도 강성인 사람들은 "그래서 A매치는 안 본다" 혹은 "K리그는 관심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솔직히 보기는 할 것이다. 다만 간지러운 곳을 제대로 긁지 못해 개운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 팬들을 위해 좋은 상품을 추천한다. 우리 클럽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의 클럽과 싸우는 클럽대항전, ACL의 주는 묘미가 제법이다.
(중략)
하지만 어제 경기는 소위 '내셔널리즘'을 품은 축구팬들의 가슴도 뜨겁게 만들었다. 충분히 그럴 요소들이 다분했다. 에스테그랄에 현재 이란대표 선수들이 7명이나 있고, GS 역시 전현직 대표가 14명이나 포진돼 있으니 대리전 양상이 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중요치는 않았다. 조건 자체가 '우리'와 '너희'로 나뉜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가뜩이나 최근 볼썽사나웠던 이란 축구가 상대였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혹은 근래 ACL에서 툭하면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극복할 존재, 그것도 툭 치면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던 얄미운 존재 때문에 속상했던 축구팬들은 GS가 그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를 원했다. 원정 서포터석에서 에스테그랄을 응원하던 팬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었으니, GS 홈팬들은 순간 '붉은 악마'로 빙의한 느낌도 받았을 것이다.
(후략)
국빠들을 개축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아챔에 내셔널리즘을 부여하여 미니 국가대항전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