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사] 사실 뉴라이트 교과서 문제는 북패문제랑 유사하지..

by 알도 posted Sep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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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뉴라이트'라는 집단이 정치적 방향성을 분명하게 띄고 들어온 건 분명하지만

이 중에선 기존의 역사서술 자체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반작용에서 출발한 면도 없잖아 있어.

단적인 사례가 수탈경제론인데, 일본이 한국에서 전개한 농업정책, 광공업 육성정책이 일본의 전쟁 준비와 자국 내 경제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기존 역사서술에서처럼 일본이 조선에 빨대를 꽂아서 쪽쪽 빨아먹었다는 것처럼 이해되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단적인 사례가 50년대~60년대의 북한이야. 이 시기 북한은 산업 전반에 있어서 남한보다 앞섰어. 일본이 놔두고 간 공업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어쨌거나 일본이 남기고 간 영향들인 거지. 경부선과 경인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고.

또 다른 사례가 여운형이야. 여운형은 일제시대 말기에 라디오를 갖고 있었고, 그 라디오로 미국방송을 들으면서 일제 패망을 예견했어. 근데 이게 지금과 같은 식의 논리로 가면 여운형도 일제의 앞잡이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 그 당시에 라디오를 갖고 있을 정도의 부를 가진데다가 패망 직전에 일본 총독을 찾아가서 권력이양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정도의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국내인사는 단순히 약탈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야.

또다른 예로 교학사 교과서에서 철도 부설에 관련해서 "철도의 개설이 시공간개념의 변화를 불러와 한민족의 역량이 증대하였다"는 서술이 등장하는데, 이 서술을 가지고 일본을 옹호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었어.

근데 이 서술이 문제가 있는 서술은 아니야. 왜냐면 새로운 교통, 통신체계의 등장이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란 말이지. 철도를 부설한 주체가 일본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일본을 옹호하는 것으로 만든 거야.(한겨레21은 이 같은 부분을 빼고 '팩트오류'에만 집중해서 비판했었는데 이게 좀 더 타당한 분석인 거 같아)

뉴라이트의 공격을 정석적으로 방어하고 반박했으면 오히려 교과서가 아닌 교괴서를 안받았을수도 있어. 대안교과서의 문제에 대해서 한 집필자가 진보언론에 나와서 "비전문가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해도 응하질 않더라. 우리가 뉴라이트니까"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뉴라이트 교과서는 북패충들처럼 말섞을 가치도 못느끼는 사람들로 여겨져서 왕따당한 사람들이 깡으로 만든 책이야.

물론 한국 우파의 문제의식, "학술, 문화, 예술 전반에 좌파들이 뿌리내려서 대한민국 전복을 꾀한다"는 망상에서 출발한 활동들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 그게 반대세력, 일반대중의 감정적 비난에 직면하면서 더 괴물이 되어가는 거고...

사실 정상적인 토론을 하려면 어느 한쪽이 합당한 비판은 쿨하게 받고, 수정된 주장을 들고와서 토론을 지속해야하는데 대립각만 세우다보니 이 지경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