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 천마를 추억하다.

by 완소인유 posted Nov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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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안 와서 결국엔 밤을 샜다..

 나도 요새 잠이 안와서 큰일이다


 천마에 대한 첫 기억이라고 한다면은 역시 삼성하우젠 K리그 2006 우승.

 천마의 우승보다 김남일의 눈물이 더 기억에 남아서일지도.

 2006 시즌부터 K리그를 보기 시작했으니..

 그리고 모따마르 투톱과 안효연, 남기일 같은 추억의 이름들이 제 역할을 해줬었고.

 네아가도 있었네. 손대호나.. 김해운 코치도 당시까지는 선수였고.


 당시 천마가 강하다는 느낌을 줬던 건 재미있게도 천마의 트레이닝복이었어.

 김학범 감독이 자주 입고 나오던 그 하늘색? 상하의로 된 트레이닝 세트 있지. 이름 자수로 박은거.

 마치 동네 격투기 고수들이 입고 다니던 그런 옷 같았달까.. 느낌이.

 프로스펙스라서 옛스러운 느낌이 더해져서 그랬던거 같네.


 이듬해 개막전을 학교에서 TV로밖에 볼 수없었어. 주말인데.

 고3이었으니.

 당시 핑크색 전남 유니폼이 기억에 남고 그 경기는 1-1로 비겼었어.

 또 그 해 A3 대회에서는 3위였나를 했지.

 ACL도 참 재밌게 봤던 대회고.. 조작범의 눈물이 그땐 참 감동적이었는데.

 지금은 어찌 사시나 궁금한 당시 엑스포츠뉴스에서 일하시던 모 여기자 누님이 찍었던 사진이었나 그게 되게 인상깊었어.

 승부차기 키커 김상식 앞으로 펼쳐진 지옥불 같은 우라와의 수많은 깃발들.


 무엇보다 천마의 K리그 준우승을 현장에서 목격했었는데..

 당시엔 지금처럼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던 이상윤 해설위원.. 난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이 나.

 마치 집안의 일인 양 표정이 굳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이상윤 해설위원의 그 얼굴이.

 그 때 포항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며 '내가 죽기 전에 인천과 함께 저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처음 생각했던 것 같네.


 이후 천마는 cm 단위라고까지 높임받던 왼발의 두두라든지

 지금은 상무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이호의 나 군대가기 전 마지막 직관이었던 경기에서의 자책결승골이라든지

 무섭게 성장한 전북에게 6강 PO에서 패하고 이듬해엔 챔피언 자리까지 내준 일이라든지..

 

 물론 그 후에는 몰리나라는 강력한 무기 - 난 군대에 있었지만 파브리시오도 상당히 무서웠거든.

 그 무기를 가지고 아시아를 정복하기도 했고, 사샤 정성룡 조병국 같은 좋은 선수들이 여전히 있었고.

 당시 수원 킬러로 이름을 날린 조재철.

 에벨 형제의 2011 시즌과 잊고 싶은 2012 시즌, 그리고 마지막 천마의 날갯짓 2013 시즌..


 항상 천마는 강팀이었어. 내 기억에.

 그렇게나 약했다던 2012 시즌에도 늘 붙을 때 '아 그래도 성남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었거든.

 가슴에 날개를 펼친 천마 위로 수놓아진 7개의 별들이 늘 그걸 증명했었으니까.


 상상 속의 천마는 實在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었고

 이제 우리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버렸지만.


 천마는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