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enstein에 대한 토론 준비하다 든 생각인데

by 퓨퓨비 posted Dec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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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적어봄..


Mary Shelley의 Frankenstein은 사회가 어떻게 괴물을 만드는지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소설이야.


이번 학기 때 이 강의에서 배웠던 것이 Jane Eyre(제인 에어), Wide Sargasso Sea(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Mrs. Dalloway(댈러웨이 부인)처럼 조금 다른 것에 대한 차별과 억압, 그것에서 오는 인간 군상의 고독이나 고통, 절망이었거든. 지난 시간에 담당 교수님께서 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상은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를 물어보셨는데, 난 이 작품이 성무선악설 관점에서 쓰여졌다고 생각해. 자연을 상징하는, 백지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문명을 상징하는 주변의 외압에 의해 어떻게 병드는지를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Victor Frankenstein이 창조한 'Creature'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상태로 태어지만 '인간' 때문에 점점 마음이 비뚤어지기 시작해 결국 진정한 의미의 괴물이 되는 것을 보면, 괴물은 별안간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체계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해.

 

다시 말해서 단순히 생긴 것이 기괴해서 괴물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이나 조금 다른 데서 오는 편견과 폭력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괴물이라는 거지. 우리가 공부하는 것도, 밥을 먹고 사는 것도 다 사회적인 체계가 있기 때문인데, 모두가 거기에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잖아? 개인적인 이유로 적응을 못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적인 이유로 배제되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 사람들을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소수자로 칭할게. 


그런 소수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인 폭력을 당한 끝에 절망을 하게 되고, 그 절망이 그들을 괴물로 만들어. 적어도 이 세계관에서 뜻하는 괴물은 바로 그런 존재인 것 같아. 칼에 베이거나 무릎을 찧어 생기는 상처는 고칠 수 있잖아. 부상의 정도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아물기 마련이야.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어떨까? 마음의 상처는 다 나았다 싶어도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몰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셈이지.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그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그 병을 절망으로 규정했어. 누군가의 행동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절망하는 건 결국은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중에서 빅터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는 날 밤, 괴물이 찾아와 엘리자베스를 죽이게 돼. 그 사건이 원문에는 'overwhelming event'라고 표현되는데, 이 사건이 그를 괴물로 만든 전환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는 그 사건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 역설적으로 그의 창조물이 느꼈던 것과 같은 외로움과 절망을 느끼게 돼. 그래서 그에게 복수를 시도하려 그의 뒤를 쫓게 돼. 결국엔 빅터도 괴물이 되어버린 거지. 


건담 SEED 시리즈에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어. '죽였다고 해서 죽이고, 또다시 죽였다고 해서 죽이고, 그것을 반복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전쟁이 끝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말이었어. 우리의 언행이 혹자에겐 상처가 될 수 있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고.. 우린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언젠가 우리에게 더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거고, 우린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는 거.


개발공 활동하면서 안티파 쪽 공부도 해보고 이번 학기에는 유독 문학을 통한 문화 이해 류의 강의가 많아서 시각이 많이 넓어졌다 생각은 하는데 아직도 많이 모자란 것 같아. 솔직히 여기서도 100% 맘에 들 수는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보여서 혼자서 한숨쉬었던 적도 있었어. 하지만 내가 내릴 결론은 혼자 고민하고 걱정해서는 안 된다는 거. 우리 다 같이 노력하자. 적어도 여기만큼은, 아니 우리 주변 사람들만큼은 상처입고 절망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무너져 내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좀 더 조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