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과의 신혼을 꿈꾼 성남 팬들에게 돌싱을 선사한 성남FC.
시민프로축구단으로 전환된 성남이 1월 25일 창단식을 갖는다. 25일 오후 3시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선수단 팬 사인회를 시작으로 시민 프로축구단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은 지난해 팀 해체 또는 안산으로의 연고 이전 등의 우여 곡절을 속에서 탄생했다. 리그 7회 우승의 역사의 팀이 하루아침에 아무런 대책 없이 사라질 위기 속에서 팬들은 눈물겨운 투쟁을 벌였다. 그 노력의 끝에 돌부처 같았던 시와 시의회를 움직였고, 성남시민 프로축구단이 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K리그 팬들과 특히 성남 팬들은 감회가 새롭다. K리그에선 기업의 힘으로 지역 연고팀이 사라지게 되는 일을 겪었던 터라 성남은 팬의 힘으로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토리가 극적인 만큼 팬들은 성남의 Task Force팀(이하 TF팀)에 기대를 걸며, 과거의 성남 일화의 촌스런 이미지를 벗어 버리고 새로운 성남을 기대했다.
1월 25일 창단식을 갖는 성남. 새로운 성남의 축구팀 그러나 팀 색도 이름도 앰블럼도 전혀 새롭지 않다.
가장 쉽고 무난한 답으로 결정한 듯한 느낌을 준다.
훈남과 신혼을 꿈꾸던 그들에게 실망뿐.
많은 축구 커뮤니티와 성남팬은 ‘샤다라빠’의 웹툰을 통해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의 창단 준비 과정을 지켜보았다. 팬들은 팀의 색과 엠블럼 이름에서부터 과거의 성남 일화의 색을 지워 버려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새로운 성남팀에 대한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바뀌어져 갔다.
팀의 색은 성남일화의 색인 노란색을 그대로 고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 유니폼 역시 예전 노란색 그대로인데 “눈에 잘 띄어야 경기력이 좋지 않겠냐.”는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가관이다. 단 한 번도 성남 축구를 보기 위해서 홈경기에 찾아 온 적인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한 팀의 이름 역시 ‘포항 스틸러스’나 ‘전남 드래곤즈’와 같은 네이밍을 기대 했지만 결국 가장 무난하고 쉬운 답인 성남 FC로 정해 진 듯하다. 팀의 앰블럼과 마스코트 역시 시민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고 하지만,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세련된 성남시의 이미지와 달리 군소 지역구의 마스코트 마냥 유치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결정됐다고 들린다. 총각과의 신혼을 꿈꾼 성남팬들에게 결혼 정보업체가 돌싱(돌아온 싱글)을 소개 시켜준 듯하다.
꿈과 희망이었던 성남은 그렇게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새로운 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을까.
실망감뿐인 돌싱과의 결혼 생활 이유는 너무 성급했다.
기대를 많이 했다. 성남 뿐 아니라 K리그 다른 팀의 팬들이 모여서 함께 성남이 사라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았다. 시의회 마지막 날 늦은 밤까지 이재명 시장이 의회를 설득해서 시민프로축구단의 긴 설득이 성공했다. 축구단 창단식에 팬들이 우리 지역팀이 사라지지 않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었다. 성남 시민프로 축구단의 시민공모주 예비 청약 신청이 10억이 넘을 정도로 이 일에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가졌다. 어떤 이들에게 이 팀은 꿈과 희망이었다.
비록 성남 일화에서 성남 시민프로축구단으로 바뀌면서 예산도 들고, 규모도 감소한다. 큰집에 살다가 지면과 가까운 월세 집으로 이사한 거라고 봐도 될 만큼 재정 상태는 달라지고 성남은 과거 기업축구팀과 확연히 다른 팀이 되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이사하는 집에 도배라도 새로해야 하고, 입주 청소라도 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새로운 팀을 준비하면서 정작 일을 준비한 실무진은 이것이 귀찮았던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25일 창단식을 갖는 이 팀에는 그러한 신선함이나 새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결혼생활을 10년쯤 하고 알거 다 아는 신선함이 전혀 없어 보이는 돌싱과 같은 느낌만 날 뿐이다.
돌싱이라고 해도 성남이니까 괜찮다.
성남시민축구단 창단이 조금은 실망스러운 점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창단 준비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화측에 문제를 물을 수도 있고, 성남시 공무원을 꾸려서 실무를 진행하게 한 시에 문제도 있다. 또한 모든 일에 책임을 졌던 TF 팀에게도 화살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간에 식이 열리고, 1월 25일부터는 어찌되었든 간에 성남FC이고, 이 팀은 새로운 성남의 팀이다. 그리고 돌싱이면 어떤가! 성남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팀이 K리그에서 사라지지 않고, 팬의 힘으로 남아 있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새롭지 않다면, 이제부터 새로워지면 된다. 1월 25일 새롭게 태어나는 성남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양동혁(dh568@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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