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군대] 눈으로 그린 헬기장 ㅎㅎ

by 딴따라 posted Aug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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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인데


군에 있을때 산 정상에 헬기장 만드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하필 우리 중대가 걸렸지.


우리 작계도 아닌 좀 떨어진 곳인데

강씨봉이었거나 아니면 그 인근의 봉우리였을거야.


하여튼 11월말인지 12월 초인지 상당히 추운날 더군다나 날도 꾸리꾸리 했는데

차량 지원받아서 삽이랑 곡괭이 싣고, 식관에 밥이랑 반찬이랑 국통에 국 채워서

산 중턱까지는 갔다.


꼭데기 헬기장 도착하니까 점심시간이네 ㅎㅎ

대충 작업장비 풀어놓고 작업구역이랑 인원할당만 하고

밥을 먹는데


밥은 살얼음이 끼었고

김치도 서걱거리고

아직도 기억나는 미역국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얼음 냉국이 되어 버렸지.


밥먹다가 보니까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쪽으로 전술도로가 헬기장 근처까지 있더라

중대장도 그거 보더니 내일은 저기까지 차로 올라와야겠다 하더라.


대충 밥먹다 보니 산 타면서 데워진 몸이 식어서 졸라 춥더라

그래서 걍  일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곡괭이 질이랑 삽질 단가질을 하는데

산꼭데기라서 칼바람이 부는데 정말 추워서 일을 못하겠더라

땅은 얼어서 곡괭이질을 해도 땅이 안파이고

삽은 당연히 안들어가고....


전 중대원이 달아붙어서 일을 하는데도 

진척이 안돼더라.


한 3시쯤인가 되니까 작업 종료하고

부대로 복귀...



다음날 아침 일찍 먹고 또 60트럭타고 작업장으로 이동하는데

어제랑 같은 코스로 가더라.

분명 중대장이 산 꼭대기 근처까지 차로 갈거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당시가 IMF 때라서 차량 유류 지원이 정말 안해줄때거든.

짬밥만 먹이면 뭐든 다 하는 군바리들이 수두룩 한데 

굳이 비싼 기름 써가며 차에 태워 보낼 필요가 없었겠지.


힘었는 군바리가 까라면 까야지

그날도 또 산을 타고...

올라가서 두어시간 작업하다가 내려왔지.


셋째 날에 작업중에 눈이 오더라

마침 빗자루도 가져간게 있어서


원래는 돌로 H 자 만들고 그 위에 흰색 페인트로 칠한뒤

사진을 찍어서 제출하는건데


중대장이 눈쌓인걸로 H 자 그리고 빗자루로 다른곳에 눈 안쌓이게 졸라 열심히 빗자루질 한다음에

사진찍고 끝. ㅎㅎㅎ


이걸로 사단인가 군단에서 무슨 상도 내려왔다고 하던데

우리한테 떨어진 떡은 휴가증 두장이었을거야.


그중 내 사수가 빗자루질 열심히 했다고 한장 챙겨갔지.

작업하는 내내 춥다고 뺑끼만 부렸는데

ㅎㅎㅎㅎ

빗자루질 하나로 휴가증...



역시 군대는 눈치야.

떡고물 떨어질만 할때 반짝 일하면 장땡.

아니면 나몰라라하고 ㅎㅎㅎ


군대가 있거나 곧 갈 예정인 횽들

군대서 다치면 정말 평생 후회한다.

몸 잘 사려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