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왔길래 간만에 번역.
참고로 더 정확한 번역은 국내판 포포투 7월호에 실릴 예정이니 그 쪽을 참고해주시길.
혹시 안영학 선수 응원하고 싶은 사람은 트위터로...
안녕하세요.
어제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 경기를 TV로 봤습니다.
어떻게든 라이브로 보고 싶어서 알람시계를 새벽 3시 반에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알람시계가 울려, 가장 깊게 잠들 기분 좋은 시간대임에도 유럽 챔피언을 결정할 최고의 시합을 보기 위해 힘내서 일어났습니다.
TV를 켠 후에도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양팀 모두 멋진 경기력을 보여줬던데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승리하기 위해 펼치는 플레이에 시간도 잊고 열중했습니다.
저는 바르셀로나를 응원했습니다만, 조금이라도 오래 경기를 보고 싶어 연장전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슈퍼스타 선수들의 골로 90분만에 승부가 나고, 바르셀로나가 가장 꿈꿨을 결과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제가 원래 좋아하는 팀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사비 선수 때문에라도 꼭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빌고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성장해, 프로로서 17년 넘는 세월을 바르셀로나 선수로 뛰어온 사비 선수.
저는 그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그의 플레이와 언론을 통해 전해진 언동을 보면 축구선수로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 초일류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
바르셀로나 팬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축구 팬들도 사비 선수가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는 사람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후반 33분, 긴박한 상황 중 교체로 출전한 사비 선수는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짓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시상식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빅 이어를 들어올린 모습은, 사비 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일으킨 기적인 게 아닐까요.
『기적은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염원이 만들어내는 것』
저는 올해 4월 30일, 오른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지난번 칼럼에서 전해드렸습니다만, 작년 1월에 입은 부상이 잘 회복되지 않아 무척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팀 동료의 격려전화 덕에 힘을 받은 저는, 팀 닥터와 상담해 전문병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오른무릎 전방 십자인대에 문제가 있던 저는, 새로 만난 A 선생님에게 오른무릎 반월판에 문제가 있어 수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집도도 A 선생님이 직접 맡아주기로 하셨습니다.
수술 전날, A 선생님이 입원한 제 상태를 보러 병실에 오셨었습니다.
수술 설명과 수술 후 재활에 관한 이야기, A 선생님도 J리그에서 팀 닥터로 일했었기에 축구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저는 『팀 닥터는 일이 많아 힘들거 같지만, 그래도 축구 현장에서 일하는 건 즐거운 일이죠?』라고 물었습니다.
『어휴, 하나도 재미없어요. 매일매일이 두렵답니다. 연습할 때도 시합할 때도, 언제 선수가 부상을 입을까 무섭고, 부상당한 선수가 복귀하면 부상이 재발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서 전혀 즐겁지가 않아요.
아마 안영학 선수네 팀 닥터분도 안영학 선수 걱정에 밤에 잠도 못 이룰걸요? 그래서 내일 수술 할 때 자기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연락까지 했다니까요.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병원에 자기 시간까지 조절해가며 온다는거에요.
안영학 선수 전방 십자인대는 작년 11월부터 부분적으로 파열되어 있었는데, 검사 결과 지금은 회복되서 기능을 하고 있어요. 웬만해서는 회복이 힘들다는 인대가 붙은거에요. 기적입니다.
기적은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의 염원이 만들어내는 거죠.』
다음날, 하반신을 마취하고 수술을 받던 제게, A 선생님은 스스로 회복한 인대를 내시경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모니터에 비친 작은 기적을 보고, 저는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A 선생님 곁에는 우리 팀 닥터가 저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달 가량 지났습니다.
저는 지금 축구화를 신고 재활을 하고 있어 복귀까지 얼마 남지 않은 단계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응답하고 싶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도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한 번 더 꿈의 무대, 월드컵에 나서고 싶습니다.
이루기 힘든 꿈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몇번이고 기적이 일어나는 걸 목격해왔습니다.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을만큼 많은 분들의 응원이 전해질 때까지, 한결같이 열심히 축구선수로 뛰겠다는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