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범죄 통계 반박글과 여성이 가지는 공포에 대한 생각

by 라자르더소울 posted May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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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른 축구 커뮤니티에서 어떤 글을 읽었어.

오늘 여기서도 링크를 타고 읽을 수 있었지.

뭐, 피해자 90%가 여성이라는 통계랑,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여성 피해자가 심하다는 통계에 대한 반박글들 말이야.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더라.

사실 어제 다른 곳에서 처음 읽었을 때도 되게 할 말 많았는데,

그 동네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워낙 소수인 데다가 적잖은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때문에 점잖게 몇 마디만 쓰고 말았어.

개발공에서는 왠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될 것 같다. 좋은 커뮤니티야.

 

 

1. 반박에 사용된 근거자료 중 하나에 대해

 

2 (8).jpg

 

같은 자료를 보면서도 글쓴이는 "범죄조직이 날뛰는 국가에서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낮으므로) 여성이 안전해보이는 것은 착시효과일 뿐이다" 라는 결론을 내는데, 나는 전혀 다른 의미가 보인다.

 

사망자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치안 낮은 대륙"이라고 보고, 아시아와 유럽을 "치안 높은 대륙"이라고 봤을 때 남자와 여자가 동일한 폭으로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피해자를 비율이 아닌 크기로 보면 아시아와 유럽이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안전한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비율이 무시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남성 피해자가 여성의 7.9배나 되는 아메리카 대륙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피해자 수가 가장 높게 나온 아프리카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3.2배 높다.

하지만 아시아로 오면 2.2배로 줄어들지.

즉 이 자료에서 비율의 의미를 강조하면, 치안 상승의 혜택은 여성도 누리지만, 남성이 더 많이 누린다는 결론 도출도 어떻게 보면 가능하다.

 

그 외에 동아시아 국가들끼리 낸 통계랑 진한색/연한색으로 표시한 통계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 없다. 나도 한국만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2. 성범죄 때문에 통계에 오류가 발생한다는 말에 대해

 

오늘 본 글은 그래도 '사람마다 가치판단이 달라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인데, 어제 다른 곳에서 본 글은 끔찍했다.

글의 요지가 대략 이랬어.

 

"살인, 강도, 방화 등은 남자 피해자가 더 많은데, 성범죄 때문에 자료 왜곡이 생긴다."

"성범죄는 여자 피해자가 더 많은 것이 당연하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래. 최소 통계학원론 이상의 수업을 들었다면, 사실 첫번째 말은 학문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겠지.

근데 ㅆ발 두번째 말은 좀 아니지 않나?

성범죄는 가해자 남자, 피해자 여자 라는 공식이 너무 압도적인 데다가 살인 방화 강도에 비해 숫자도 많아서 통계 결과를 바꿔버릴 정도이다 라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여자라서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남자라서 피해갈 수 있는 범죄가 존재한다"라고 생각하고, 이것도 엄연한 흉악범죄이기 때문에, 결과가 바뀔 지라도 통계에 합산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성범죄는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 범죄 집계에 count되지 않는 경우가 높은데, 그걸 제외하고도 이렇게 숫자가 커진다는 것도 놀랍다.

 

남자 피해자가 많은 폭력, 상해 범죄를 제외함으로써 유리한 통계결과를 유도한 자들도 괘씸하지만.. 그보다

사건 일어난지 하루 됐고 3일장을 치러도 발인도 안 들어갔을 시간에 "한국은 여성이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말이나 지껄이는 모니터 앞 사람들, 페이스북 카드뉴스로 만드는 자유주의 뭐 이런 놈들 보면 이게 인간인가 싶어.

 

"피해자가 안타깝고 추모하지만 나는 이걸 빌미로 메갈들이 설치는 게 더 싫다"

 

분노의 대상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

이런 모습들이 보여서 나는 어제 하루종일 우울했고 지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