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이라는 단어, 남혐이라는 단어.

by roadcat posted May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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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가기 앞서, 이 소재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임을 약속한다. 단, 다른 글에 댓글은 열심히 달거야.

개발공에서도 몇몇 유저가 여혐과 남혐을 그저 혐오단어로만 인식해서 그런 말 쓰는 사람들을 깎아 내리는 것을 비판하며 소통이 부족하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 글은 여혐이란 단어와 남혐이라는 단어가 어떠한 맥락에서 생겨났는지에 대해 천착하는 글이다. 그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 하면서 논하는 건 모순이잖아?

대체로 여성혐오라 하면 [여성을 싫어하고 경멸하는 감정]이라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어떤 남성들이 "나 여자 좋아해. 난 여혐 안 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들이 최근 강남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결국에는 남성적 입장에서 사태를 재단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여성혐오자라 생각한다.

여성혐오는 여자가 싫은 게 아니라, 여자가 (주제넘게, 따박따박 나대면서, 남자가 하는 것에 태클이나 걸면서) 뭘 하는 걸 싫어하는 거라 봐야 된다. 남성은 사회적으로 따졌을 때 기득권에 위치하고 있다. 기득권에 있는 이들은 그 아래에 존재하는 이들이 주제넘게 나서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지금껏 남성에게는 여성이 바로 그런 존재인 것이다.

과거로 치면 "집에서 애나 볼 것이지. 참정권은 개뿔, 투표날 집이나 지켜라"라고 했던 것이나, "여자는 3일에 1번씩 패야 말을 잘 듣는다" "순종적인 여자가 이상형" 등 왜곡되고 불평등한 관계의 강요가 있다. 왜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하고, 남자에 의해 보호 받는 거니까 군가산점 문제에 대해서 아닥해야 하고, 남자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하며, 외모가 늘 단정해야 하는가.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밤길을 조심히 다니고 옷차림을 야하게 입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가. 공중화장실에 갈 때도 카메라 있는지 살펴야 하고, 길거리 걸어다녔을 뿐인데 모르는 새에 성인 사이트에 자신의 신체부위를 무단 업로드 당해야 하는가.


그렇지. 여기서 여성이라 함은 생물학적인 성별 구분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별구분.. 즉, 젠더라 할 수 있다.

지금껏 여성들은 알게 모르게 "여자다운 것"이라는 족쇄를 차고서 심하게는 이번 강남역 사건처럼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살아오고 있었다는 거.. 같은 사람인데, 은연중에 남성보다 사회적으로 열등한 취급을 받아오고 있다는 거다.

자. 그럼 이제 남혐이라는 것을 따져야 할 때지.

근데 이건 솔직히 여성혐오를 곡해한 남성들이 생물학적 성으로만 인식하고 만든 단어라 생각한다. 즉, [여자 좋아하는 남자(들)]이 이런 건 있을 때마다 "내가 널 지켜줄게" "조심히 다니자"라고 하며 자신의 마초스러움을 어필하다 심하게는 여혐 소리 듣고, 약하게는 공감 못 한다고 원망 들어 "아오 여자들 남자 싫어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해 남혐이라 지칭하는 거라 확신한다.

강남역 건도 그렇다. 밤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도 아니고..고인의 남자친구까지도 근처에 있었고.. 정신병력이 있었다 해도 여자가 나대는 게 싫다고 들이대는 남성에게 칼을 맞고 죽은 거다.

이것이 여성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이고 두려운 일인지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남혐이라 한다면, 실제로 남성을 싫어한다고 해도 여성들을 원망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그간 나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도 있다. 그간 내 주위에서 [여자가 나대고 주제넘게 구는 것]을 욕하기만 하는 것을 봐 왔을 때 "나는 아니거든?"하고 이야기했던 것이 드물었다. 이 정도로까지 사회가 병신이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기 때문이지..

이젠 할거다..

아래 같은 삽화가 더 등장해선 안 되잖아. 지금은 21세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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