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가 레스터시티 드립 받다가 침몰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레스터시티가 아니라 본머스가 되어야 한다는 기사도 나오는 판인걸.

 

여기서, 우리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본다.

개리그에서 레스터시티처럼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려면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드립의 대상 레스터시티의 15-16시즌 이적시장을 살펴보자.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스터시티는 오카자키 신지를 마인츠로부터 10M 파운드 이적료로 영입하고, 로베르트 후트를 4M 파운드 이적로료 완전이적시켰다. 그리고, 안토니 녹커트, 폴 갤러거, 톰 호퍼, 아담 스미스를 방출했다. 

 

짧은 것 같지만, 이게 전부다. 맞다.

그나마도 로베르트 후트는 14-15시즌 중반에 임대 영입되어 활약하던 선수라 기존 선수단 자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고로, 순수한 외부 영입은 오카자키 신지 하나뿐이다. 방출명단에서도 톰 호퍼와 아담 스미스는 섹스 스캔들 이후 계약해지 당한 거라 실제로 안토니 녹커트와 폴 갤러거 외에는 구단 전력 손실이 없다.

 

즉, 챔피언쉽에서의 스쿼드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또 다른 특이점이라 한다면 라니에리 영감님이 EPL 올라가면서 영입되어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 그 정도?

 

겨울이적시장에서 대대적으로 보강했을 거라고?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데마라이 그레이, 다니엘 아마티, 다니엘 이버슨을 영입하고 조 데이비스를 완전이적시키고, 안드레이 크라마리치, 잭 맥코트, 알리 세사이, 톰 로렌스, 요한 베나루앙느를 임대 보냈다. 거의 챔피언쉽 시절 멤버들에서 크게 다르지 않게 간 거다.

 

자 이제, 올시즌 개리그 초반 레스터시티 드립 받던 수원FC의 올 겨울을 살펴보자.

 

권혁진, 김종국, 이광진, 김병오, 이재안, 임하람, 이승현, 이광훈, 유지노, 가빌란, 오군지미, 레이어 총 12명을 영입했고, 김창훈, 임성택, 자파, 시시, 권용현, 오광진을 이적시켰다. 김재웅은 5월에 안산 입대..

 

거의 팀 강제 리빌딩 수준이다. 즉, 16시즌 수원FC는 15시즌 수원FC와 감독만 같을 뿐 완전 다른 팀이라고 봐야 할 것이고, 개개인들간의 융화를 다시 짜 맞춰야 하는 팀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15 수원FC는 개챌 진입 이후 차근차근 2-3년에 걸쳐 만들어진 팀이었다는 걸 상기하면, 이 강제 리빌딩은 참으로 뼈아픈 게 아닐 수 없다.

 

즉, 수원FC는 개리그의 레스터시티와는 수십억광년 떨어진 팀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일, 수원FC가 15시즌의 그 최강 막공 역습부대를 그대로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15시즌의 수원FC보다 지금 수원FC가 더 약해 보인다.

 

수원FC는 조직력과 팀웍으로 개클에 올라간 팀이다. 근데 그 조직력과 팀웍이 사라진 지금은 그만도 못한 것이다.

 

이 조직력과 팀웍을 지켜나가려면 구단이 선수들을 지킬 수 있는 자금력과 행정력이 필요하다. 레스터시티는 2010년 태국인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이래, 안정된 자금력으로 차근차근 올라와 승격까지 이룬 팀이다. 곧, 안정된 팀 전력 강화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고, 매 시즌 강제 리빌딩을 거듭하지 않아도 되는. 본인들만의 특별한 색채를 지니는 팀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준비되지 않고 경기력만으로 올라가게 되면 강제 리빌딩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15대전이 그랬고, 16수원FC가 그렇다. 승격 후에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더 좋은 성적을 원한다면 축구만 잘 해서는 안 된다. 구단도 잘 돌아가야 한다.

 

광주가 매 시즌 어느 정도까지 가다가 8-9월 되면 DTD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구단이 선수들을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 매 시즌 강제 리빌딩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된 팀이 되어야 승승장구도 할 수 있다. 개챌팀이 레스터시티처럼 개클 승격하자마자 씹어먹으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