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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문제 - 1. 기본의 부재 편

by 후리킥의맙소사 posted Nov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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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내일 정도에 쓸 예정이었는데.... 집에 들어온 다음에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글을 쓰게 되었네요.

어쨌거나 한번 적어 봅니다.

 

성남의 문제는 사실 후반기부터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후반기 시작할 쯤 되니까 성남은 공수 부분에서 2가지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공격의 핵인 티아고의 중동이적, 다른 하나는 수비의 핵인 윤영선의 군입대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티아고가 전반기에 보여준 활약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티아고의 활약 덕택에 한때 2위까지 올라갔죠. 그리고 공홈에서는 "이거 아챔은 기본이고 잘 하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거 아냐?"란 분위기까지 조성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작년에 잘 활약했던 선수들이 이렇게 빠지게 되었으니 당연히 후반기에는 전력누수에 따른 경기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거였습니다.

 

허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 전력공백의 발생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대해 성남 구단은 제대로 된 대안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1. 티아고 공백의 문제

티아고는 페나폴렌세에서 포항으로 임대해 왔다가 그 임대계약을 성남이 가져오면서 입단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페나폴렌세는 구단이면서도 에이전트이기도 한 팀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대개가 페나폴렌세에 에이전트 대행까지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티아고도 그런 케이스였고요.

그리고 페나폴렌세는 성남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티아고가 중동으로부터 높은 가격에 오퍼를 받자 에이전트 높은 이적료를 바탕으로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가급적이면 티아고를 파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싶었을 겁니다. 티아고도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중동행을 원했으니 성남 혼자 반대하기에는 명분이 약한 건 사실이지요. 게다가 임대임에도 약 45억이 발생한 이적료 중에 약 30억에 가까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허나 문제는 이 공백을 채울 선수를 구할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이죠. 그렇기에 성남은 티아고의 에이전트 구단인 페나폴렌세에서 뛰던 실빙요를 받는 조건으로 이 거래를 승낙했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실빙요는 아시다시피 경기력이 좋지 않았죠. 2015시즌을 통해 K리그에 적응했던 티아고와는 달리 적응이 덜 되었는지 성남이 바라던 크랙으로써의 활약이 약하다보니 전반기와 같은 공격력을 과시할 수 없었습니다.

티아고 이적 전과 후를 비교하면 이적 전에는 경기당 평균 1.61골을 넣었던 성남이 이적 이후에는 0.85골로 아주 폭망하게 됩니다. 게다가 주전이 상당히 많이 빠졌던 FA컵을 제외하면 1.63골이 0.84골이 될 정도로 아주 제대로 망했죠. 골 넣는게 절반 가까이나 줄었다는 겁니다.

 

티아고도 처음 포항에 들어왔을때는 1년을 전체적으로 보면 대단치 않았지만, 성남에 왔을 때는 포텐이 제대로 폭발했었습니다. 이는 이전 팀에서는 딱히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아 감각이 살아나는 과정에서 K리그에 대한 적응이 거의 다 된 시점에서 데려왔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티아고의 대체자는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던 실빙요를 데려왔으니... 장기적으론 어떨지 몰라도 단기적으론 분명 큰 성과를 못 낼 것이란걸 뻔히 알았을 구단의 이 같은 영입은 지금와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 윤영선 입대의 문제

윤영선이 입대를 예고한 건 제법 오래된 이야기인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던건 위의 티아고 공백문제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건 정말로 구단이 안일하게 생각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윤영선은 데뷔 초기엔 제법 문제도 많이 보였지만 현영민이나 홍철, 박진포 등 상당한 재능이나 경험이 우수한 풀백자원들과의 호흡을 통해 중앙 수비수로써 꾸준히 성장해 온 성남의 핵심 수비자원입니다. 게다가 잔부상도 적어 경기감각을 잃은 적이 거의 없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런 윤영선의 공백이 불러올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성남은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후반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죠. 이용이야 어차피 군 입대를 앞두고 들어왔으니 딱히 기대할 만한 자원도 아닐 가능성이 높았고 말이죠.

덕택에 윤영선이 입대하기 전에 평균 1.10골을 허용했던 성남은 그 이후 경기당 평균 1.42까지 떨어집니다. 누가봐도 이 차이는 심각한데 이는 결과적으로 구단의 대처가 미흡했음을 가리킵니다.

 

3. 용병은 왜 안 쓰는가?

이건 상당한 미스테리입니다. 용병을 안 쓴다는 점 말이죠. 어쨌거나 다른 리그에서라도 경험이 풍부한 용병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면 단기적으로나마 굉장히 유용한 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아시아 무대는 물론 K리그에서 검증까지 되었다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북패가 아드리아노, 데얀을 영입한 다음 우승을 노려본 것고, 로페즈가 녹색 유니폼을 입은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수블은 검증된 선수인 조나탄을 영입함으로써 개발공에서 난무하던 쎄오아웃을 순식간에 잠재웠죠. 수프는 시행착오를 좀 거치긴 했으나 믿음직스런 블라단과 레이어라는 걸출한 센터백 라인을 형성하였고, 브루스 지테라는 신인에게 환호를 보냈습니다. 인천팬들은 요니치와 케빈이 없는 인유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고, 또 환호를 보내긴 좀 모자랄 수 있으나 쯔엉에게 기대감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크는 마르셀로가 캐리해줬고, 울산은 마스다&코바&멘디라는 걸물이 포지션마다 있고요. 최근들어 용병이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우리와 강등싸움을 했던 포항도 어느새 라자르가 제대로 살아나니 북괴도 때려잡고 놀라운 인생골까지 보여주고 있죠.

이렇게 용병이 중요하지 않는 경우가 없는데 성남은 꼴랑 둘 뽑아놓고 싸웁니다. 적응력 운운하기 이전에 이미 즉전감 카드를 2장 정도 빼 놓은 상태에서 장기 레이스를 뛴단 말이죠. 동네 뒷산 올라갈 때도 최소한 네이X 검색으로 약수터 위치와 충분한 물통을 챙겨놓고 올라가는게 사람 일인데 성남 구단은 대체 그 휴식기에 산행을 하면서 뭘 배웠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꼭대기 올라가서 약수터 없는 길로 내려오는데 그나마 갖고 있던 물을 팔아버린 셈이죠. 그 돈 쓰기도 전에 뒤질줄은 모르고요.

이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일임에도 대체 뭔 생각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4. 시의회는 생각이 있는가?

솔직히 이건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다시 언급할 일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2편에서 까봐야 겠네요.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