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개삼이야기]개삼팀의 유일(?)한 강점과 미션 임파서블

by 후리킥의맙소사 posted Jun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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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삼팀의 생존전략과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인데, 아마 이 사실은 개삼팀 운영진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개삼팀의 가장 좋은 생존전략은 "전국체전 메달"입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 전국체전이 갖는 가치

전국체전은 우리나라에서 현존 대회중에 종목을 불문하고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대회입니다. 그 브랜드 파워는 일부 프로스포츠를 제외하면 국내에 비교할 대회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의회에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전국체전에 우리 시에서 메달을 몇개 땄네"라던가 "OO종목의 OOO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이 되었네"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찬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 정도면 전국체전이라는 브랜드는 일종의 지표라고 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경기운영부서의 목표는 "전국체전에서의 호성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고요.

 

2. 개삼리그팀의 장점

사실 하나밖에 없습니다. "운영비용이 싸다"라는 거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축구팀의 경우는 대략 15~20억 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얼추 맞습니다. 강릉시청이나 목포시청이 대표적인 케이스죠. 이에 비해서 개삼리그팀은 대략 5억원이면 "우와!"하고 탄성이 나올만큼 큰 돈입니다. 솔직히 챌린저스 시기 이후 K3리그가 성립된 이래, 개삼리그팀중에서 2 시즌 이상 연속으로 5억원 이상 만진 팀이 있을지부터 의문이긴 합니다. 거의 1/3이상 저렴하니 비용면에서는 정말 효율적이죠. 게다가 대부분 K3구단은 전국체전에도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진짜 저비용 고효율의 극치라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돈 없는 지자체에겐 매력적이죠.

 

3. 문제는 성과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개삼리그팀이 전국체전에서 성과를 거두기에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물론 청주직지의 은메달, 전주시민구단의 동메달 같은 사례도 있지만, 대개는 내셔널리그 팀들이 싹쓸이하는게 일반적이니까요. 게다가 어찌보면 전주시민구단은 사실상 전주대학교의 다른 이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서 실질적으로는 "대학 강호"팀으로 보는게 더 정확할 겁니다. 청주직지는 나름 이 바닥에선 너무나도 잘 알려진 팀이니 말할것도 없고요. 말하자면 전국체전 일반부 축구는 "프로팀이 빠진 FA컵" 정도로 보면 정확할지도요. 호랑이가 없으면 늑대가 왕인데, 문제는 여우 입장에선 호랑이나 늑대나 해치우기 어렵다는 게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호랑이와 1:1로 붙어서 이기는 것보다야 쉽겠지만, 늑대와 1:1로 붙어서 이기는 것, 역시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4. 결론

사실 제가 보기엔 서울 유나이티드나 고양시민구단 같이 지원이 빈곤한 개삼팀들에게는 지금까지의 궁핍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가 전국체전에 있다고 봅니다. 지자체는 성과를 원하고, 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가 바로 전국체전이니까요. 사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의원들에게도 "전국체전 메달"이라는 타이틀을 보여주면 꿈뻑 넘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시장과 시의원을 설득하는데는 이게 가장 효과적일지도 몰라요. 어린왕자에서 나온 것처럼 예쁜 집이라는 걸 사회에 찌든 어른들에게 알려주려면 "장밋빛 벽돌에 제라늄 화분, 지붕에는 예쁜 비둘기가 사는 집"이라고 설명하기 보단, "시가 2만 달러짜리 집!"이라고 설명해 줘야할 테니까요.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이죠.

 

만약 영세한 개삼구단이라면, 그리고 진짜로 로또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K3리그는 버리고 전국체전에 올인하여 성과는 내는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