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구는 사랑받지 못했다. 02년의 잠깐을 제외하고 그러했던 적은 손에 꼽는다. 경기장을 가득 매운 관중을 보고도 그렇게 얘기하냐고? 개중에 태극 마크를 단 대표들이 다른 나라 놈들, 특히 미운 놈들 패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온 많은 이들을 빼면 얼마나 남을까? 06년에도, 10년에도, 14년에도 선수들에게, 한국 축구에 진심어린 애정을 쏟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축구선수 신형민, 김대호, 이용래, 김재성이 누구인지 아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을까? 모두 국가대표를 겪었고 특히 이용래는 조광래 감독 시절 클럽+국대 경기로 혹사당했던 선수이며 김재성은 남아공 월드컵까지 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기억에 그들은 없다. 좋게 보아야 국내파1 정도겠지. 유명한, 소위 국위선양을 해주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들이 단 태극마크를 사랑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마크를 달고 저 짜증나는 이란에 진 그들을 혐오하는 것이다.
그들의 변명 때문에 욕을 먹는다? 저 사건들 없어도 그들은 욕을 먹었을 것이다. 16강 못 갔다고 온갖 근거 없는 추측들로 비난하다 못해 귀국한 대표팀에게 엿을 선물한 이들이 바로 이 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의 팬들이다. 핑계대는 손흥민을 미워할지언정, 도대체 왜 국내에서 부유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구단의 홈구장 잔디가 그 모양 그 꼴로 방치되어왔는지 알려고도,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히딩크에게 선택받지 못한 이동국을 게으른 천재라 비아냥댈지언정 그가 스무 살 그 어린 나이에 테이핑까지 두르며 A대표-청대-올대로 혹사당하다 무릎이 나갔고, 그 이후 제 실력을 내지 못하게 된 사실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십수년 전처럼.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자국의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한국의 축구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한다. 그 나라의 스포츠가 사랑받는 기준이 실력이 되는 이 상황이 얼마나 슬픈가. 그렇게 성과에 관계없이 응원하자고 부르짖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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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의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던 작년 쯔음부터 안 오기 시작했어.
내가 바라던 가치관과 다르게 변해갔고, 초반엔 바뀌지 않도록 글도 써봤지만 무의미했고 내 스스로가 텃세부리는 올드비가 되어가나 싶기도 해서.
그러다 목요일 경기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글로 써서 올릴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기에 올려.
경기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아니라, 나이 스물을 넘긴 이후로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던 생각이야.
에전에 @낙양성의복수 형의 글 " 'K리그 왜 보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를 읽었을 때 그 생각은 더 강해졌다.
물론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집단과는 조금 달라. 나도 알아.
그래서 여기 있는 사람들을 탓하는 글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김영권을 옹호하고자 쓴 글도 아냐.
다만, 김영권이 저런 실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비난받지 않았으려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저 더 적나라하게 욕할 수 있는 정당성을 줬을 뿐이지.
이제까지 난 국가대항전에서 내셔널리즘이 전부이고 시작이자 끝인 우리나라에서, 혼자서라도 국가대표 선수 한명 한명의 입장을 말하고 싶었어.
지금 여기의 분위기가 정확히 어떤 지 몰라서 공감 안 받을 수도 있다고 봐.
반대를 하든 댓글로 반박을 하든 원망 안 해. 그냥 내 생각을 풀어썼을 뿐이니까.
아마도 다시 여기에 올 일이 드물겠지. 글 쓴다고 또 나대는 일은 더욱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