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펌글]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잘 나가고 있나?

by 리내뽕 posted Jun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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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종예선 결과를 두고 국내 감독 회의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히도 장마 기간에 휴가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자 키워짓을 좀 해볼까합니다.

 

 

 

 

1. 외국인 감독의 어려움(부제: 히딩크 같은 감독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 2000년 12월 한일전을 앞두고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는 익숙한 한 인물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2000년 한국과 일본의 경기력이 극명한 대조를 달리면서 부정적 여론이 극대화되던 그 시기. 안정환 선수가 동점골을 넣을 때, 관중석에 얼굴을 보이던 인물은 거스 히딩크였습니다. 2년 반 전 반호이동크의 네번째 골이 터졌을 때 엄지손가락과 윙크를 하던 콧수염 감독이었습니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무직이었습니다. PSV 아인트호벤에서 트리플을 달성하고 네덜란드 감독으로서 월드컵 4위의 성적을 거뒀지만 레알 마드리드 등 스페인 무대에서의 실패는 그를 실직 상태로 만들었던 것이지요.

 

이때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감독 생애에서는 여전히 경력 기간이 많이 남은 자신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거액의 연봉과 코치진의 지원, 리그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 합숙을 하겠다는 약속, 개최국. 이런 점은 히딩크를 2년 전 자신이 철저하게 붕괴시킨 대한민국으로 오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잠재성 높은 인재들을 활용하여 팀 리빌딩을 시키는 히딩크에게 1년 6개월은 어쩌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히딩크는 스스로의 자서전에서 밝혔듯 리그를 중단하면서 부여된 수 많은 합숙기간과 대회 참가, 친선전 일정은 일종의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1년 동안 철저하게 실험적이고, 인재풀을 시험하는 형태의 경기를 선 보입니다. 중간에 5-0 대패도 있었고, 정말 많은 선수들이 시험 무대를 거쳤습니다. 경기력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심지어 북중미 골드컵까지도 파워프로그램과 함께 병행해서 경기력은 엉망이었습니다. 멕시코전의 승부차기 때 선수진은 참혹하기 짝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 새해가 오자 마자 대표팀이 갑자기 달라집니다. 핀란드 전 2-0 결과부터입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에서 4위의 업적을 남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에 히딩크처럼 전술 활용능력(야전 사령관형)과 팀 리빌딩(매니지먼트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국제대회 성과까지 있는 대형 감독을 선임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그 감독이 일시적 저평가 때문에 변방의 한국에서 죽자사자 인생을 거는 모험을 할 가능성은 몇 퍼센트일까요?

 

대한민국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임된 것은 사실상 기적입니다. 이유는 그 시점에 초대형 거물급 명장 중에 일시적 저평가로 놀고 있었던게 기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당시에는 여전히 젊고, 유능하지만 불운에 의해서 주요 팀들의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절치부심하던 감독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지금 한 번 둘러봅시다. 그런 감독은 세뇰 귀네슈 감독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은 그는 2002년 히딩크에 비해 나이가 많습니다. 1946년생인 히딩크보다 6살이나 어린 1952년생이지만 2002년 당시 히딩크는 56세, 2014년 세뇰 귀네슈는 62세 환갑입니다. 물론 알렉스 퍼거슨이 올해 은퇴를 선언했고, 히딩크가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러시아 안지에서 현역이라는 점이 있지만 60세가 넘은 감독 중에서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는 감독은 유프 하인케스 단 한 명입니다.

 

2006년 이탈리아 우승을 이끌어낸 리피 감독이 지금 전성기일까요? 아닙니다. 그가 고액의 연봉을 받긴 하지만 중국 광저우 헝다에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리피 감독은 은퇴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리피 감독이 김영권에게 유럽으로 데려가고 싶다라는 말을 하지만 그가 감독으로서 유럽 무대에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물론 김영권의 앞날에 좋은 징검다리 역할은 해줄지 몰라도 말이지요.

 

아무튼 우리가 칭송해 마지 않는 거스 히딩크 감독도 감독으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들어 안지를 끝으로 더 이상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1. 우승 등 명망있는 커리어를 가진 2. 무직의 3. 단기적 저평가에 의해 몸값이 낮은 외국인 지도자는 사실상 이적 시장에 없습니다. 세뇰 귀네슈 감독과 비슷한 동연배의 감독들을 살펴볼까요? 변방으로 이직한 감독들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53년 생으로 귀네슈 감독보다 한 살 어립니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도 52년 생입니다.

문제는 이 감독들이 아시아 무대로 온 것은 자신의 인생에 반전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귀네슈 감독처럼 젊은 나이에 큰 성과를 올린 인물들이 아니지요.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사실상 세리에 무대에서 도전할 기회를 반 강제적으로 박탈당한 사람입니다. 성과를 올린 것이 이미 십수년도 넘은 AC밀란 시절이고, 이후 임기가 고작 1년짜리인 단기 감독으로 전전긍긍하던 사람입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는 맨유 수석코치로 높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클럽과 국가대표에서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2004년 그 멤버로 리그 4위를 했고, 포르투갈에서는 2년 동안의 임기에서 고작 북한에게 7골을 몰아넣는 경기력만 보인 채 남아공 월드컵 16강으로 커리어를 끝냈습니다.(호날두 전성기의 그 멤버입니다)

 

즉,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가능성 있지만 우연하게도 저평가된 감독군이 사실상 희박하다는 점이고,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감독들은 대부분 현직 감독으로서 유럽 클럽이나 강팀 국가대표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뇰 귀네슈 감독은 어떨까요? 세뇰 귀네슈 감독도 최근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고, 리그 우승과 컵 대회 우승을 이끌었지만 그 후 별다른 족적을 못 보이고 올해 1월에 사임했습니다. 충분히 일시적 저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그가 대표팀이라는 클럽과 전혀 다른 경기를 해야 하는 팀을 맡아본 것은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세뇰 귀네슈 감독은 한국 K리그 클래식에 대해서 해박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플레이 성향은 이미 익숙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선수 정보는 결국 백지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세뇰 귀네슈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면 다시 그에게 리빌딩과 전술적 안정감을 위해 장기 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만큼 리스크도 존재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과거 감독 하마평에 올랐을 때는 매우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브라질행이 1년도 남지 않는 마당에서는 가능성이 반반인 외국인 감독이며, 적어도 확실한 카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국제 시장에서 감독 선임의 핵심은 감독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유능한 감독들은 무직의 기간이 매우 짧고, 아시아 무대로 도전하는 일을 꺼립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그만큼 변방에서의 실패는 자신의 감독 커리어에 치명타이기 때문입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4위라는 기염을 토하면서 중앙 무대로 재진출을 했습니다만은 핌 베어백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나름의 호성적(1승 1무 1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 클럽보다 변방(모로코)을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단 하나의 명제를 던지자면

 

"될 성 푸른 떡잎은 이미 소속되어 있거나 비싸다."

 

감독 시장에서는 이렇습니다. 만약 굳이 장기적으로 유능하거나 잠재성 높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려고 했었다면 포.커스를 젊은 연령대의 감독으로 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변방으로 커리어를 쌓는데 부정적입니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말이지요. 예를 들어 디디에 데샹 같은 감독들을 말합니다. 아니면 50대 이상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 연령대는 한참 전성기입니다. 여기서 커리어가 충분한데 저평가된 인물은 사실상 없고, 히딩크 감독은 진짜 하늘이 준 기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니라면 은퇴 직전의 명 감독을 데려와야 하는데, 광저우 헝다처럼 자금의 치트키를 쓰는 구단이 아닌 이상 엄두도 못 내고, 대통령 딸이 진두지휘하던 분요드코르(스콜라리)처럼 정치적 지원과 자금 지원이 동시에 기반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동기부여가 안 됩니다. 커리어의 황혼기에 무슨 동기부여가 있습니까? 고액 연봉 받고 인생 막판 즐겁게 감독직하다가 그만두는게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데 말입니다.

 

지금 현재 축협이 미친 척하고 유프 하인케스 감독을 데려오더라도 좋은 결과를 내놓기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당연히 그는 오지도 않습니다. 이적시장에서 가성비가 높은(즉, 커리어 함몰에 의해서 단기적으로 저평가된 50대-60대초 감독, 또는 잠재성 높은 젊은 감독) 감독이 일단 무직일 가능성이 낮고, 그런 감독을 한국으로 이끌어야 할 유인이 부족한게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국제 시장에서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매우 매력이 있습니다. 저평가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 대표팀은 국제적으로도 이슈가 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럽 클럽에 비해서는 상대적 매력이 낮고, 굳이 유럽의 감독을 선임하려고 했다면 시기상 이미 늦었다는 것입니다. 데려오고 싶으면 진짜 히딩크 감독 때처럼 정치적, 자본적 지원이 만랩 수준일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는 2002년처럼 대선 기간(정몽준의 사례)도 아니고 개최국(국가적 자존심 문제)도 아니지요.

 

 

 

2. 가능하고 고려할만한 대표팀 사령탑의 요건

 

- 현재 대표팀 사령탑에서 중요한 딜레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단기-장기 계약 여부 또는 조건부 징검다리 계약 2. 브라질 월드컵에 있어서의 이점과 장기적 플랜 3. 장기 계약일 경우의 연봉 문제와 리빌딩의 문제 입니다. 확실한 점 하나는 브라질 월드컵은 이제 1년 남았고, 브라질 월드컵에 필요한 몇 가지 조건 중은 이제 감독의 태생적 조건이 아닌 대표팀의 외부적 요인으로 돌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2011년 조광래 감독이 사임하던 시기에 대표팀은 브라질 및 남미 감독을 고려할 유인이 충분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중남미의 월드컵은 86년 이후 처음입니다. 남반구 월드컵은 남아공에 이어 4년만에 개최지만 사실 멕시코는 북반구의 고산 열대 지방일 뿐, 사실상 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 월드컵을 준비해본 사람은 맥이 끊겼습니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남미 출신만이 가장 강점을 가진다는 조건이 되겠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유럽팀 감독도 장담은 못 한다는 소리입니다. 유럽에서도 남미 쪽 대회를 치뤄본 감독은 전무하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한 때 둥가, 스콜라리가 주목받았고, 현재 비엘사 감독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1년 남짓인데 현지 적응 때문에 고액의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장기적 플랜에 의하여 러시아 월드컵까지 감독을 맡긴다고 생각해봅시다. 징검다리 계약으로 2015년 아시안컵까지 1차로 맡긴 후, 추후 3년을 택한다고 칩시다. 사람들이 원하는 비엘사 감독의 연봉을 5년 동안 책임질 형편일까요? 현재 비엘사 감독의 연봉은 56억원입니다. 그러한 금액의 5배는 280억에 달합니다. 축구협회 한해 예산의 1/4를 소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면 일부 코치진은 외국인 감독이 데려온 인력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부대비용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에 비해 확실한 성과를 보일 감독이라면 좋겠지만 가성비 측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냐는 물음에도 회의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비엘사 감독이 유능한 감독이지만 그가 맡은 대표팀들은 남미 대표팀과 남미축구 계열의 클럽입니다. 흔히 축구팬들이 이야기하는 비엘사 감독의 강점인 남미 출신과 남미축구의 도입 여부는 브라질 월드컵을 포.커스로 하기에는 이미 논의 시점이 한참 지났습니다. 만약 남미 축구를 접목 시키고 싶었다면 비엘사 감독은 2010년 허정무 감독 사임 즉시 선임되어 4년을 맡겼어야 했습니다. 그랬을 때 남미 출신으로서 브라질 월드컵의 전망과 적응도 좋았겠습니다.

 

그러나 2013년 현재에는 이런 강점은 구현될 수 없는 강점에 가깝습니다. 그에게 러시아 월드컵까지 맡겨야만 하는데 여기서는 비용 문제가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가는데 비엘사의 강점은 또 뭐가 있을까요? 그 연봉이면 더 좋은 실력의 유럽 감독을 쓰는게 5년 계약 차원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요?

 

여기서 한 가지 그렇다면 유럽 감독들은 어떨까요? 1년 뒤를 걱정할 것에 대비한다면 유럽 감독도 그다지 형편이 좋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을 들어봅시다. 그가 남미 기후에 강점을 보일까요? 귀네슈나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나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포.커스로 잡기에는 뭔가 안 맞습니다. 기간도 그렇고 말이지요. 동갑내기 두 감독의 경우 월드컵에서의 호성적이라는 공통분모와 현재 무직이라는 점이 있습니다만은 시장에서 외면당할만한 이유도 충분히 있습니다.

 

오히려 마르베이크 감독은 네덜란드의 색깔을 바꾼 감독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고, 오히려 현재 여러모로 고려할만한 외국인 감독은 세뇰 귀네슈 한 명 정도가 됩니다.

 

여기서 중간 결론을 내리자면 축구팬들이 기대하는 명성 높은 명장들은 한국이 데려올만한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돈의 문제와 감독의 생애주기, 커리어의 문제, 월드컵 본선 무대의 조건들을 다 따져보면 데려올 수 있는 감독은 아주 극소수의 후보군이 되고, 그 후보군은 시장에서 외면받아 무직 상태에 놓인 감독들인데 여기서는 다시 또 가성비의 문제가 생깁니다.

 

즉, 2002년 월드컵의 사령탑인 히딩크 감독은 정말 기적이자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운빨이고, 축구팬들의 외국인 감독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준 것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국가대표 사령탑이 너무 판타스틱한 인물이라서 외국인 감독의 실력에 대한 과대평가가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정말 우연의 일치로 히딩크는 당시 무직이었고, 시장에서 외면받았습니다. 게다가 대선 후보였던 정몽준 당시 축구협회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월드컵 호성적이 필요했고, 국가적 지원과 자본, 리그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히딩크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고, 이런 고려 결과 우리는 요요기 경기장에서 안경 쓴 네덜란드 명장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설사 마르베이크 감독, 비엘사 감독, 귀네슈 감독 등이 당시의 히딩크처럼 유능함이 저평가된 잠재성 높은 명장이라하더라도 데려오고 장기적으로 써먹을 힘이 없으며, 그들의 능력을 만개시킬 자원도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돈이 많다는 일본조차 데려온 자원이 자케로니 감독입니다. 근데 그 감독이 사실 일본의 국내 감독보다 더 높은 가성비를 지닌 인물일까요? 전 약간 의문이 듭니다.

 

아무튼 철저하게 포스트 2002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3. 장기적 플랜과 감독 선임의 역사

 

- 2002년 월드컵의 성공에 힘을 얻어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지속적으로 선임해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의 축협은 큰 실수를 한 것이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히딩크와 재계약 협상을 맺었어야 했다는 점인데, 그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PSV 아인트호벤에게 낚이고 맙니다.(그만큼 감독 이적 시장은 선수 이적 시장보다 더 짱돌을 굴린다는 뜻입니다. 선수들은 쿼터 및 이적료 조건이라도 있으니 문제 없지만 감독은 그냥 위약금 물리면 강제로 하이재킹이 가능합니다. 물론 그 정도 명성에 먹칠하는 감독이 많지 않지만 말이지요.)

 

만약 재계약을 했다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포스트 2002년의 암흑기(4강에도 불구하고 오만-몰디브 쇼크 등의 굴욕)가 없었을 겁니다. 아마도 아시안컵 우승도 가능했을 것이고, 이란과 일본은 지금도 한국에게 전적에 밀려서 개고생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이영표와 박지성의 아인트호벤(결과적으로 맨유의 박지성도)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역사에는 만약이 없습니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고, 얻은게 있으면 반대로 잃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튼 포스트 히딩크로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가트, 핌 베어백 체제가 등장합니다만은 여기서 얻은 것은 4백 수비입니다. 국제대회 성적은 암울했지만 얻은 것은 포백 하나였습니다. 그것도 외국인 감독 체제의 마지막 역사인 핌 베어백이 구축한 것입니다. 2002년 이후 K리그 클래식 전구단이 포백 체제와 압박 축구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이루어낸 아주 힘겨운 성과 중 하나입니다. 그 전에 히딩크도 포백을 포기했으니 이 과정이 한국 축구에 얼마나 험난한 과제 중 하나였는지는 싸월 식구들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히딩크의 4강 업적 이후에 4명의 외국인 감독을 거치고 남은 것이 포백 수비 정착 하나라는거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아주 크다면 큰 것이고, 작다면 작은 것입니다. 한 마디로 히딩크 급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면 크게 얻을만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성비를 생각해봅시다. 희대의 먹튀인 아드보가트는 한국 축구에 남긴 유산이라고는 쥐꼬리 만큼도 없습니다. 본프레레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업적 아닌 업적을 남겼습니다. 이걸 돌려서 이야기하자면 월드컵 예선전을 왜 임시(?) 감독인 최강희 감독을 선임했느냐에 대한 대답도 됩니다.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에게 월드컵 최종 예선 통과는 국내의 누구를 데려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자신감도 됩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은 잠시나마 큰 위기감을 안겨줬습니다만은...(이게 경질의 직접적 이유겠지요)

 

제가 이쯤되면 외국인 감독에 대해서는 탑 클래스의 감독 선임이 아닌 이상 무용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언론과 혹자는 그 외국인 감독에게 시간이 부족했고, 축협의 간섭이 있었다고 항변하겠지만 아드보가트와 핌 베어백을 제외하고는 그럴 잠재력도 없는 감독이었고, 그들이 보여준 당시의 한국 축구 선수풀의 성취도는 정말 기대이하였습니다. 게다가 핌 베어백의 감독으로서의 퍼포먼스도 굉장히 우직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2010년 허정무 호 이후 축구협회는 국내 감독에 대한 장기적 플랜을 가동해서 조광래 감독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날려먹은 것은 다름 아닌 조광래 감독이었습니다. 장기적 플랜이라 함은 팀 리빌딩을 위한 세대교체와 인재풀 확대 같은 장기적 매니지먼트를 맡긴다는 의미인데, 조광래 감독은 아시다시피 베스트 11이 정해져있었습니다. 그걸로 4년 가면 러시아는 결국 다시 시작해야 할 마당인 것입니다.

 

제가 저번 글에도 최강희 호의 역할은 월드컵 본선행과 팀 매니지먼트가 더 중점적이다라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경기력은 애초부터 크게 기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최강희 감독은 본인의 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매일 훈련을 할 수 있고, 선수 수급에 제약이 적은 클럽에서 관리형 감독으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3년의 기간은 매우 짧적기 때문에 애초부터 브라질 월드컵에서 자신이 가진 역할의 한계를 알고 예선까지만 자청한 사람입니다. 최근 그런 최 감독에게 돌을 던지는건 네티즌들이 너무 과하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아주 넓은 인재풀입니다. 세계적 레벨이 없다라는 탄식이 있습니다만은 원래 세대 교체 후에는 세계적 레벨이 없습니다. 게다가 세대교체의 기준이 포스트 박지성, 포스트 이영표라면 더욱 눈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이지만 김창수, 윤석영, 김영권, 홍정호, 이명주는 충분히 차기 후방을 맡을 만한 인재풀입니다. 게다가 이정수, 곽태휘도 있으며, 박주호도 있습니다. 앞 쪽에는 전혀 걱정 없습니다. 이미 해외파인 손흥민, 지동원, 김보경,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이 포진되어 있으니 말이지요. 지금까지 언급한 선수들 연령을 살펴보면 이정수, 곽태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입니다.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의 어록에 의하면 곧 선수로서 최전성기인 20대 중반이 될 선수입니다. 이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 브라질과 러시아 월드컵 사이입니다.

 

과연 축구팬들이 보시기에 세대교체가 실패했습니까? 굉장히 장기적 플랜의 결과물입니다. 이들은 청소년 대회부터 런던 올림픽까지 천천히 대표팀에 들어오기 시작한 자원들이고, 일부 선수들은 이미 유럽 무대에서 검증 받은 국제 레벨의 선수들이지요. 또 거기에는 홍명보 감독이 중심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과거를 곱씹어봅시다. 홍명보 감독이 국가 대표팀 수석코치가 되던 시절에 지도자 라이선스 논쟁이 있었습니다. 축구협회는 왜 이런 논란 속에서도 홍명보를 밀어붙여서 감독 및 코치직을 수행하게 했을까요? 그리고 이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홍명보 감독을 비롯 일련의 감독들에게 향한 행정적 지원 공세는 뭘까요?

 

2010년 2002년 월드컵 멤버 중 일부는 AFC P급 지도자 라이선스 과정을 밟습니다. 이때 참가한 사람은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감독과 김태영 코치, 정재권(전 부산대우) 감독, 이임생 감독입니다. 그 전에는 박경훈 감독과 안익수 감독만이 P급 수료를 한 사람이었는데, 특히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김태영 이 네 사람은 의도적으로인지 몰라도 비슷한 시기에 축구협회의 행정적 어시스트 하에 여러 과정을 패스합니다. 최용수, 황선홍 감독은 클럽에서 입지를 굳히는 동안 홍명보-김태영 이 두 사람은 대표팀 중심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밟습니다.

 

저는 이게 축구협회의 장기적 플랜 중 하나였다고 봅니다. 물론 감독 선임 과정을 보면 현재 매우 단기적 안목처럼 보이고, 근시안적 선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까놓고 생각해보면 히딩크 후 제대로 감독 노하우를 써먹어서 가성비가 높은 외국인 감독이 없습니다. 사실상 전무하고, 셈을 따져보면 그런 투자만큼 위험성도 적고, 노하우를 살리고, 배울 수 있는 감독은 애초에 부를 역량도 없는게 대한민국 축구협회의 현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올림픽 후에 홍명보가 안지로 떠난 까닭은 왜 일까요? 하필이면 그 대상이 감독으로서 황혼기를 맞이하는 거스 히딩크였을까요?

41년생인 퍼거슨이 올해 은퇴했으니 이제 히딩크 감독은 기껏해야 2팀 정도를 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한팀에 머물렀던 퍼거슨과 달리 막상 팀에 적응해야 하고, 리빌딩에 정상궤도를 올려야 하는 시점을 생각하면 히딩크의 마지막 감독 커리어는 안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최근 1년 계약 연장을 했지만) 그리고 그 안지에 홍명보 감독은 무급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가게 됩니다.

 

언론에는 홍명보 감독이 축협의 도움 없이 간다고 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개인적 동기로 프리미어리그 팀과 알아보고 안지와 접촉하는게 가능할까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지금 축구협회가 제일 갈망하는 것이 바로 향후 대표팀을 이끌어가고 K리그의 수준을 높일 지도자 계층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 1세대가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김태영 같은 사람이지요. 안정환 선수는 지도자로 나서고 싶지 않다고 몇 년이나 밝혔지만 결국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박지성도 유소년 사업에만 하겠다고 했지만 곧 지도자 양성 과정 후 데뷔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2000년 히딩크 이후 외국인 감독 선임의 현실적 한계를 몸소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외국인 감독의 가성비는 높지 않습니다.

 

가. 높은 연봉(+스태프 연봉)

나. 문화적 이질감

다. 많아진 해외파를 다스릴 역량(한국 사회에는 약간의 권위주의가 있어 명성이 있어야 합니다)

라. 국제 대회의 동기 부여

마. K리그 클래식에 대한 이해

바. 국제 대회의 경험

사. 감독 이적 시장의 유연성

 

이런 조건 기준을 생각해본다면 좋은 감독을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많은 돈을 들였지만 그 돈에 비해 효과를 못 보았고, 거기서 비전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현 시점에서 이런 요건을 충족하고 쓸 수 있는 감독군이 유일하게 귀네슈 딱 한 사람입니다.

 

아시다시피 축구의 감독 이적 시장에서 감독은 이적의 한계가 분명합니다. 유럽식 축구계열과 남미축구계열 딱 양대 축이며, 유럽축구 계열 감독이 남미축구계열로 가는 경우가 잘 없고, 남미축구계열 감독이 유럽축구계열에 진출하는 경우도 흔친 않습니다. 즉,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쓰는 남미축구계열은 딱 거기서 돌고 유럽도 비슷한 계열끼리 돕니다. 스콜라리감독이 첼시에 부임한 적이 있지만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좋지 못 했습니다. 라우드럽처럼 스페인쪽에서 감독하다가 잉글랜드를 가긴 하지만 약간 퓨전 형태의 전술이고 특수한 것일 뿐 엄연히 감독 시장도 장벽이 높습니다.

 

감독을 수출하는 나라가 뻔한 것도 이런 덕택이겠습니다. 그만큼 외국인 감독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국내 축구에 흡수 소화하는게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국가대표 축구는 그 나라의 전통적 축구 스타일이 결집된 것인데, 아라고네스 감독을 선임했다고 스페인 축구가 나올 순 없습니다. 기껏해야 배울 수 있는 것은 팀 매니지먼트와 훈련 노하우 등입니다.

 

매번 장소가 바뀌는 월드컵 때문에 매번 개최지 적응력을 따져 감독을 선임할 수도 없고, 한국은 아주 장기간 명장급을 붙들어둘 중앙무대도 아닙니다. 스타일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가장 빠른게 대한민국 국적의 감독을 유능한 감독으로 양성시키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매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게 되면 결국에는 국내 감독이 크질 못 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어디선가 전수 받아야 하지요.

 

제가 보기에 감독 노하우의 전수 받는 것은 결국 히딩크로부터입니다. 홍명보 감독이 안지에 간 까닭이 그렇고, 홍명보 감독이 돌아와서 축구협회의 지도자 양성과정에 살을 붙이는 것이 하나의 임무라고 보는 것입니다. 외국인 명장들의 특수하고 특별한 지식이 KFA 지도자 양성과정에서 일반 보편적인 노하우가 될 때, 앞으로 외국인 감독 논쟁이 없어지겠지요. 그리고 순간 판단 능력은 결국 감독 개개인의 순발력에 달려있습니다. 일반 보편적인 수준 높은 지도자 양성 과정 중에 야전 사령관형의 순발력 높은 감독이 배출되면 그때 대한민국 출신의 명장을 배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축구팬들은 과연 장기적 플랜을 알까?

 

저는 많은 축구팬들이 축협의 근시안적 행정을 비난하지만 협회의 최근 행보를 곱씹어보면 충분히 가능한 선택을 한다고 봅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한 포.커스를 쟁점으로 두지만 축구협회는 내국인 출신의 지도자 양성 자체에 더 관점을 두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정 학벌을 밀어줬다고 생각치도 않습니다. 최근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선수 선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인데, 축구팬들의 비판 중에 한 가지 모순이 있는 것은

 

"축구협회의 인맥 축구" : "최강희는 이동국을 사랑해" 입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모순적 주장이지요. 연고대 파벌 중심으로 대표팀을 선발하고 기용한다는 축구협회...

그런데 감독은 정말 자신의 전술 선호도에 따라 기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걸 인맥 축구라고 비판하지요.

 

최근 축구팬들의 이러한 비난을 보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전술적 문제로서 선수 선발을 비난하는건 이해할 수 있어도 외압에 의해서 선수 선발이 되었다는건 이제 국대 축구에서는 사라진 분위기라고 봅니다. 그 단적인 증거가 대표팀 내 파벌 논쟁이고 감독과 선수간 갈등 구조죠. 만약 외압이 지배하는 선수 구성이었다면 외압을 하는 주체와 선수간의 갈등이지 감독과 선수의 갈등 구조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전권이 감독에게 넘겨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거의 모든 논쟁의 끝에는 축구협회의 막장 행정과 근시안적 사고라고 합니다. 물론 박종우의 태극기 논쟁에 있어서의 외교적 문제는 굉장히 축구협회의 무능함이 돋보인 케이스입니다만은 불리한 한일전 같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봅니다. 축구협회도 돈은 벌어야 하거든요. 삿포로 경기처럼 말도 안 되는 시점에 축구협회가 승낙한 것은 돈벌이를 해야 투자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2002년 이후 축구협회의 사업 영역은 매우 넓어졌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아시안컵이나 컨페드컵 진출권이 부각되면서 의도적으로 아시안컵 위상을 올리는 언론 플레이도 나오는 것입니다.(그런 측면에서 2011년 아시안컵은 정말 애석합니다)

 

예전처럼 축구협회가 기업가와 국가에 의존적이고 서로 돌려먹기를 하는 행정 구조였다면 유스 사업 절대 신경 안 씁니다.

지도자 양성과정에 푸쉬업? 신경 안쓰죠. 바로 홍명보 감독 선임했습니다. 고대라인이 어쩌구 저쩌구라면 말이죠. 세대교체와 풍부한 인재풀? 말도 안 됩니다.

 

국가대표 선발권이 기득권이라면 다양한 선수 선발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기득권을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 선임이 기득권이라면 오히려 지도자 양성과정에 신경을 안 쓰는게 정상입니다. 비표준화되고 비균질적인 지도자 후보군에서 뽑아야 반발이 없으니 라이선스 제도 같은건 도입도 안 합니다.

 

제가 90년대부터 국대 축구를 보아왔지만 결과적으로 축구협회는 선수 선발로부터 학원축에서 유스축구로 감독 양성과정 등등 점점 기득권이 옅어지는 과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협회장과 같은 실질적 행정가로서의 기득권이 기업인의 손에서 축구인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공과가 많은 최근까지의 축구인 출신 행정가들이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감독 타령하지만 클럽 축구에서조차 외국인 감독이 성공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비용 대비 가성비 측면에서 K리그가 뽑아낼 수 있는 수익성의 한계가 있고, 이러한 한계 속에서 외국인 감독의 투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클럽을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검증된 용병을 대거 영입하느냐 유스 출신 중심으로 전력을 강화하느냐와 같은 딜레마와 같습니다.

 

국가대표나 클럽의 입장에서도 최고급의 감독을 장기적으로 영입하여 노하우 전수와 성과를 모두 달성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예산 한계와 투자 대비 수익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에는 수익이 명확합니다. 외국인 명장에 올인하고 싶어도 유스 및 아마추어 리그 사업과 같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 예산을 감축하면서 모험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K리그 클래식으로 개편한 후 하부 리그 구성과 수익성 제도에 투자해야 될 돈도 필요합니다.

 

많은 축구팬들에게 월드컵은 축제지만 6월이 끝나면 잊혀지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축구는 브라질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있고, 카타르도 있죠. 외국인 감독은 어느 정도 규모가 완성된 후 우승을 목표로 할 때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입니다. 그것도 특 A급 명장이겠지요. 그런데 현 시점은 투자 대비 가성비도 안 좋고, 자칫 축구협회 예산 문제로 축구 저변 자체를 흔들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SCV 가 적어서 초당 미네랄 뽑는 것도 적은데, 배틀크루저 뽑을 순 없잖습니까?

 

결국에는 국내 축구인들의 지도자 수준을 강화하는데 촛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홍명보 프로젝트 의혹은 그런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여론에 따라 귀네슈 감독을 선임하더라도 홍명보 감독이 수석코치로 보좌하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안지의 히딩크로부터의 학습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결론은 좋은 외국인 감독을 오랫동안 선임한다고 장기적 안목과 플랜은 아닙니다. 그건 특정 월드컵을 위한 목적입니다. 성과를 위한 장기적 플랜인데 그런 시각으로 보면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은 축구팬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기적 플랜입니다. 그런데 최소 자케로니급 감독을 한국 축구계에서 양산할 수 있는 지도자 양성 체제가 된다면 일본이 부러울까요? 일본은 외국인 감독을 오랫동안 선임시켜놓고도 본전 못 뽑는 대표적 나라입니다. 특히 J리그를 보시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J리그의 외국인 감독이 많은데, 그 외국인 감독의 경쟁력이 K리그의 경기력 수준을 넘어선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원인이 선수의 기본적 기량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J리그가 선임한 외국인 감독의 질적 수준이 일본 내국인 감독보다 우위도 없는데 뽑아놓고 보니 가성비가 떨어졌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성비는 떨어졌죠. 반면 K리그는 자국 자원들로 꾸준히 가성비 높은 행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클래스의 차이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컨페드컵은 준비과정에 불과합니다. 2005년 일본은 컨페드컵에서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 1승 상대가 그리스(2004년 유로 우승)였고, 1무의 상대가 브라질입니다. 1패는 멕시코였습니다. 지코의 일본은 그 다음해 1무 2패로 31위를 차지했습니다. 2001년 컨페드컵에서는 준우승이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에는 개최국 16강이라는 평타였습니다.

 

과연 일본이 장기적 안목으로 일을 추진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2002년 감독 이후 2006년 지코에 의해 외국인 감독의 허상을 똑똑히 봐놓고도 자케로니의 베스트 11에 모든 것을 걸고 있습니다. 그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행정을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일본인 출신의 국제 대회 명장부터 양성해야 하는게 정상입니다. 참고로 월드컵 역사상 외국인 감독이 월드컵 우승을 시킨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최근 축구에서는 아예 없습니다. 자국 출신 감독들이 자국 대표팀을 월드컵 우승을 시켰는데, 이러한 결과는 그 국가의 축구 인프라와 지도자 수준, 선수 인재풀이라는 3박자가 모두 최정상급일 때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고의 리그 수준을 가지고 있고, 최고의 선수 인재풀(유스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도자 인재풀이 아직 미약합니다. 게다가 리그의 인프라 차원에서 수익성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선순환적 투자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브라질 월드컵에 촛점을 맞춰서 컨페드컵에 우리 경기도 아닌데 왜 스스로를 비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입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습니다. 독일도 한 때 굴욕적인 암흑기를 가졌고, 2010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처참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일과 스페인의 상승세를 보면 아시겠지만 결국 리그의 인프라+리그의 경기력+넓은 자국 선수 인재풀+자국 지도자 인재풀입니다. 위르겐 클롭은 67년생입니다. 무리뉴는 63년생, 과르디올라는 71년생입니다.

 

가끔은 전투에 지고도 전쟁에 이길 때가 있으며, 전투에는 이기고도 전쟁에 질 때가 있습니다.

99-2000년 즈음 한일전은 매번 승리하는 청소년 대표팀이었지만 세계 대회에서는 일본이 준우승 했었습니다.

2001년 5:0 대패를 당해서 망신살만 당했지만 2002년에서는 4위를 한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컨페드컵은 전투에 불과합니다. 전쟁은 월드컵이고, 그 다음 또 그 다음 세대의 기반으로부터 출발하는 대회들입니다.

저번 글에도 그렇지만 일본은 절대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J리그 선수들을 억지로 분데스리가에 헐값에 넘기면서 자국 리그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자국 리그에서조차 제대로 된 자국 출신 감독을 양성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승강제와 라이선스등과 같은 인프라는 가장 먼저 잘 갖췄지만 그게 겉모습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이적료 받고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K리그 선수들이고, AFC CL에서 우승하며 성적을 거두는 것도 K리그 클래식입니다. 그리고 고급 지도자 양성을 위해 지금 투자하는 것도 한국 축구협회이지 일본은 아닙니다. 여기서 바로 클래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월드컵도 맞아본 놈이 잘 압니다. 8회 연속 진출하면서 쌓인건 실패의 노하우입니다. 그리고 4강까지 갔을 때 얻은 성공의 노하우도 있고, 신화도 있습니다. 4강까지 갔을 때의 일종의 판타지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축구를 지배했다면 지금은 월드컵 실패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란이 한국한테 2승을 했지만 본선 무대 얼마나 버틸 것 같습니까? 거기는 침대축구도 없고, 9백으로 수비하면 불리한 이란입니다. 결국 강팀들은 승점을 쌓게 되고, 약팀들은 승점 때문에 빗장을 쓸 수 없습니다. 아주 운이 좋으면 2010년 일본처럼 골득실의 유리함으로 빗장을 거는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일본 또한 98년 한국이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전은 일견 우수한 전력을 보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2005년 컨페드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는 호나우두, 호나우디뉴, 호비뉴 다 있었습니다. 풀 전력을 다 가동하고도 결국 2패에 3득점 7실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불안하죠. 문제는 이제와서 베스트 11에 준하는 대체자원을 발굴해낼 시간 자체가 없다는게 중요한 겁니다.

 

일본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로 플랜을 짜고 있지만 실제로 장기적으로 수정해야 될 부분을 고치고 플랜을 짜는건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월드컵 우승 전력에 필요한 기반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건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인 것이지요. 그게 토너먼트 돌파를 한 경험이고, 세계적 명장을 한 번 모시고 끝까지 가고, 대표팀 체질을 완전히 뒤바꿔보려고 발버둥 친 실패의 역사에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 외국인 감독이 무조건 옳은가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이고, 리그 출신 감독도 실험해보는 것이지요. 현재 어느 정도 인재풀이 추려졌기 때문에 신임 감독 하에서는 경쟁 하의 베스트 11 결정 말고는 별로 남은게 없습니다. 현지 적응과 상대팀 분석에 따른 전력 강화만 남았는데, 이건 다른 대표팀과 스타트가 같습니다.

 

제가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최강희 호에서 선수 변화가 극심했지만 그 인재풀이 청대와 올대의 연장선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많고, 감독의 교체에 따라 메인스트림이 자주 바뀌는 혼동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사우디 같은 나라의 문제가 뭐냐면 메인스트림 자체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감독이 교체되면 아예 베스트 11이 갈아엎어집니다. 근데 지금 한국 대표팀은 핵심 인재풀은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서 기용의 문제로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선수 양성 차원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본래라면 월드컵 1년 남겨둔 상황에서 신임 감독은 매우 암울하겠지만 귀네슈(홍명보 수석코치 체제)나 홍명보 감독 체제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지요. 인재풀에 있어서 말입니다.

 

제 말이 틀렸다면 제가 내년 월드컵이 끝난 후 싸월 식구 분들께 공개 사과를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컨페드컵이나 일본 대표팀보면서 자학이나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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